[취재일기] 식약청 기침에 독감 앓는 피자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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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장정훈
경제부문 기자

2년 전 전세를 줄여 마련한 9000만원으로 서울 상계동에 프랜차이즈업체 피자스쿨 가맹점을 낸 김영진(42)씨. 10평 남짓한 그의 피자집은 일주일 전부터 파리만 날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광주지방청이 16일 “피자스쿨이 식용유가 첨가된 가공치즈를 사용하면서 100% 자연산 치즈를 쓴다고 과장광고를 했다”고 발표한 뒤다. 김씨는 23일 “손님이 뚝 끊겼다. 매출이 줄어 타격도 크지만 사기꾼처럼 비치는 게 더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평소 주말엔 100판, 평일엔 70판 정도 팔리던 김씨 피자집에서는 지난 주말엔 50판, 22일엔 38판만 나갔다.

 식약청 광주지방청은 당시 “피자스쿨 등이 테두리(스트링치즈)에 식용유를 첨가한 가공치즈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스트링치즈는 93%만 자연산인데 모든 피자치즈가 자연산 100%인 것처럼 과장광고했다며 피자스쿨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이 소식은 전국으로 순식간에 퍼졌고 모든 피자스쿨 가맹점 매출 급감을 불러왔다.

 하지만 피자스쿨은 식용유 첨가 치즈를 사용하지 않았다. 식약청 보도자료 첨부문서에도 나와 있다. 피자스쿨의 스트링치즈 성분을 자연산 치즈(93%), 변성전분(3%), 식염(1.5%), 산도조절제(0.3%), 정제수(2.2%)라고 적시한 것. 피자스쿨 이기철 상무는 “피자치즈 하면 보통 빵 위에 얹는 토핑치즈를 말해 100% 자연산이라고 광고한 것”이라며 “자연산 치즈로는 둥근 모양을 낼 수 없어 대형업체도 스트링치즈는 90%정도만 자연산을 쓴다”고 말했다. 피자스쿨은 또 지난해 11월 식약청의 지적을 받고 즉시 ‘토핑치즈 100% 자연산, 스트링치즈 93% 자연산’이라고 광고문구를 수정했다.

 식약청 광주지방청 관계자는 자료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과장광고는 맞다고 했다. 피자스쿨 매출액은 ‘스트링치즈 자연산 93%’라고 광고를 바꾼 뒤에도 석 달 동안 줄지 않았지만 식약청 발표 이후 확 줄었다. 김씨는 “식약청이 잣대를 엄격히 들이댄 거라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영세자영업자를 위해 조금 더 신경 썼으면 엉뚱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이번 파장은 조사 당국의 기침이 영세업자 전체를 감기 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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