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을 향한 끊임없는 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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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밸리의 끄트머리. 대전시내에서 택시로도 30여분이 걸리는 다소 외진 곳. 차량도 사람도 드문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에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가 있다. 총 재적생 272명. 98년 3월 첫 강의이래 지금까지 졸업한 학생수는 93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모집정원을 채우지 않는 대학. 이쯤 되면 양적인 비교에 민감한 사람들은 고개를 돌릴 것이다.

하지만 짧은 역사의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총장 양승택. http://www.icu.ac.kr 이하, ICU)를 들여다보면 ‘고숙련 IT인력’에 갈증을 느끼는 이 업계에 자그마한 희망이 싹트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및 정보통신산업체의 공동출연으로 설립된 ICU는 IT분야의 지도자적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국내 최초의 정보통신 전문 대학원이다. 특히 산업 및 연구현장의 요구를 충족하는 ‘실전형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이 대학의 자랑이다. 1999년 10월 현재 33명(2000년 현재 42명)의 교원 가운데 28명이 5년 이상의 산업 및 연구 현장경험 소유자로 구성되어 실무 중심의 교육·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ICU 연구기획처의 방진섭씨는 “매년 현장의 요구사항을 파악해 교과과정에 반영하고 있고 첨단 신기술과 최신 연구개발 결과를 최단 시일 내에 정규 교과목화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기술변화 대응능력을 높이고 현장이 요구하는 수요자중심의 교육·연구를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는 1998년 3월 첫 강의를 시작한 이래 1년 6개월만인 1998년 8월에 12명의 석사졸업생 배출을 시작으로 올해 8월까지 총 93명의 석사졸업생을 배출했다.

또한 내실 있는 교육과 연구를 위해 교원과 학생의 비율을 1대 6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MIT나 스탠포드대학 공학계열의 교수1인당 학생수 7.5명이나 12.9명에 비해 낮은 수치이다. 이를 위해 모집정원에 관계없이 종합적인 역량중심의 학생선발을 하고 있다. 210명 정원에 98학년도에는 147명을, 99학년도에는 115명을 선발했다. 215명으로 모집정원이 증가한 올해도 107명 선발에 그치고 있다. 소수정예의 인력을 선발해 압축, 강화된 교육과 연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ICU는 특성화 전략이 돋보이는 대학이다. 입학과 동시에 지도교수와의 상담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희망목표를 고려한 ‘맞춤형 학위과정’ 편성을 비롯해 연중시기에 관계없이 지원하고 입학시기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시 학생모집제도를 국내 최초로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봄 여름 가을의 3학기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교과목 이수 및 조기 졸업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 여름부터는 강의와 시험 등 수업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2년 6개월만에 ICU가 산업 및 연구현장에서 펼치는 활약은 눈부시다. ICU 공학부의 유찬수 교수팀은 10일 하드디스크와 플로피 디스크, CD롬 등이 없이 1대의 컴퓨터로 여러 대의 PC를 제어할 수 있는 ''클러스터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 육성을 목표로 추진하는 ‘두뇌한국21 사업’의 1차년도 사업평가 결과, 정보통신 전문인력 양성분야의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또 지난해에는 균질영상질감표현 기술로 동영상압축기술(MPEG-7)의 세계 표준 규격 시험 모델로 채택된 영상/비디오 시스템 연구실(IVY Lab)의 노용만 교수를 비롯해 세계 암호학회 최초의 한국인 이사로 선임된 김광조 교수, 무선통신국제학술대회(Vehicular Technology Conference 2000)에 참석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한영남 교수 등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의 : 042-866-6013]

미니인터뷰ICU의 광인터넷 연구센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캐나다의 네트웍 장비업체 노텔네트웍스로부터 260만 달러 규모의 광인터넷 연구장비를 기증 받아 광인터넷 분야의 국제 연구를 추진 하고 있는 광 인터넷연구센터의 강민호 소장을 만나봤다.
- 광인터넷 연구센터 설립 목적은
2010년경에는 지금보다 1000배 빠른 속도의 인터넷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터넷 노드 하나가 처리해야 할 트래픽은 수십-수천비트가 될 것이다. 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광통신 기술과 인터넷 기술을 결합하는 광 인터넷 외에는 다른 기술적인 대안을 찾기 어렵다. 우리 센터는 차세대 광 인터넷 방식인 셀프 라우팅 능력의 광 패킷 라우터 핵심 기초 기술 확보와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 기초 인력 육성을 목표로 설립됐다. 현재 광 신호 레벨에서 IP패킷 단위로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셀프 라우팅 기술과 광 신호를 파장단위보다 훨씬 세밀한 광 패킷 단위로 교환 처리 전달하는 광 패킷 라우터 기술 은 세계적으로도 개발되지 않은 원천 기술에 속한다.
- 광인터넷 분야에서 우수인재 배출이 시사하는 바는
광 인터넷 분야는 연구 내용의 속성상 다수의 석ㆍ박사 급 고급인력에 의한 창의적인 연구가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이다. 석ㆍ박사 학위과정에 소요되는 2-3년의 수학기간을 감안 할 때, 본 연구에서 창출되는 요소기술은 상당수가 대학의 실험실 창업으로 이어 질 것이며, 학제간의 연계와 국제협력 역시 보다 원활해 질 것이다. 또한 창출된 핵심 기술과 인력은 관련 산업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10년 전에는 알려지지도 않았던 네트워크 장비회사 Cisco사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70%인 인터넷 라우터 장비 하나로 지금은 세계 2위인 5,700억 달러의 시장 가치를 가지는 회사로 성장하였다. 기술하나로 세계적인 기업을 창출하는 하나의 예이다. 광 인터넷 라우터 분야가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 9월 광 인터넷연구센터를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는 주로 연구 환경을 구축해 왔다. 최근 세계적 네트웍 장비 업체 노텔네트웍스와 협력해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것처럼 초기단계부터 세계 초일류 기업과 공동연구를 추진할 생각이다. 현재의 목표 일정은 2008년 이지만 산업계가 적기에 상용화 할 수 있도록 2~3년 앞당길 계획이다. 또 산업계가 바로 활용 가능한 90명 이상의 박사와 280명 이상의 석사를 배출할 예정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광인터넷 기술은 매우 큰 시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향후 9년간 총 18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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