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메츠, 집중력과 경험에서 앞섰다

중앙일보

입력

◆ 자이언츠 '분위기로 제압한다'
◇ 자이언츠, 1차전서 메츠에 완승
◆ 메츠, 연장끝에 자이언츠에 설욕
◇ 메츠, 끝내기홈런 대역전승
◆ 3연승 메츠, 챔피언십 진출

올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뉴욕 메츠간의 디비전 시리즈는 6시간가량 가는 피말리는 연장전승부를 포함하며 후회 없이 벌인 명승부들이었다.

4차전을 가는 동안 갖가지 재미있는 장면과 기록들이 쏟아졌으며,포스트시즈의 경험 부족을 드러낸 자이언츠는 상대적으로 보다 많은 플레이오프 경험을 갖고 있는 메츠의 집중력 앞에 1승 3패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1. 자이언츠의 패인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던 두팀인 아메리칸리그의 화이트삭스와 내셔날리그의 자이언츠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완전히 무기력한 팀으로 전락했다.

정규리그에서 맹위를 떨치던 양팀의 간판타자, 프랭크 토마스와 배리 본즈의 극심한 부진은 팀의 연패로 바로 연결되고 말았다.

시카고 컵스의 새미 소사(50개) 보다 1개 적은 홈런으로 아깝게 1위를 놓친 배리 본즈는 정규시즌 타율도 3할6리에 달하는 뛰어난 활약을 보인 것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성적을 올리고 말았다.

17타수 3안타 볼넷 3개 1타점.

자신의 포스트시즌 타율인 2할에도 못 미치는 매우 저조한 기록 이었다.더욱 재미있는 점은 배리 본즈의 공격력에 따라서 팀의 승패가결정 되었다는 점에 있다.

총 4번의 시리즈 경기중 가장 배리 본즈 다운 경기를 보여주었던 1차전에서만 3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고, 팀도 5-1의 기분 좋은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본즈는 5타수 1안타 밖에 올리지 못한 2차전에서는 5-4로 아깝게 10회 연장 패했고, 5타수 무안타 2볼넷만을 기록했던 3차전에서도 또다시 13회 3-2의 역전패를 당해야 했으며, 4타수 무안타 2삼진을 당했던 4차전에서는 4-0의 완봉패를 당함으로써 본즈의 성적에 따라 자이언츠의 승패가 좌우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자인언츠의 취약한 팀 컬러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인 것이었다. 팀내 비중이 큰 최고타자인 본즈의 부진이 다른 동료선수들의 부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야구 전문가들 중에는 플레이오프 진출 경험이 없는 팀과 경험이 있는 팀간의 경쟁에서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보다 많은 팀이 승리할 공산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곤 한다.

이를 근거로 볼 때 자이언츠는 90년대 들어와서는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경험이 전무한 반면에 메츠는 99년 디비전 시리즈에서 애리조나를 3승 1패로 누른 뒤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강팀 애틀랜타에게 2승 4패로 지긴 했지만 충분한 포스트시즌 경험을 했다는 점이 큰 차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전문가들의 주장대로 정규시즌 승률 .599의 자이언츠는 그보다 조금 못미치는(.580) 메츠에게 1승 3패의 성적표를 받아 들어야만 했다.

자이언츠를 괴롭히는 또 다른 기록이 있다면, 92년부터 자이언츠의 지휘봉을 잡은 감독 더스티 베이커가 비록 2번의 내셔날리그 감독상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는 점과 자타가 공인하는 호타준족의 배리 본즈도 최근 5시즌 동안 1번도 디비전 시리즈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는 점도 경험부족으로 인한 부진의 징크스를 이어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처음부터 달콤한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쓰라린 패배 뒤에 각고의 노력으로 새로운 승리를 따내면서 진정한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험하지 못한 팀이 항상 불리하거나 승률이 떨어지는 건만은 아니다. 실례로 포스트시즌에서의 경험이 전무했던 플로리다 말린스는 '97년 월드시리즈를 차지한 바 있었다.

중요한 것은 팀의 간판타자들이 플레이오프와 같은 단기전 승부에서는 책임감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타격에서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든 지의 과욕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본즈도 4차전 마지막 경기에서 바비 존스를 상대로 인내심을 지니지 못하며 방망이를 섯불리 휘두르다 2번의 삼진을 당한 깃이 그 사례에 해당할 것이다.

본즈가 뛰어난 선구안과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면 비록 안타는 치지 못했어도 더 많은 볼넷으로 진루해 빠른 발을 활용 도루도 가능했을 것이며, 후속 타자들에게 많은 찬스를 만들어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2. 집중력과 경험에서 앞선 메츠의 저력

올시즌 플레이오프의 또 다른 특이사항은 와일드카드 진출팀들의 돌풍을 꼽을 수 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오클랜드의 막판 추격에 지구 1위를 빼앗겼던 시애틀 매리너스가 95승 67패 승률 .586을 자랑하던 중부지구 1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3연승으로 가볍게 누르고 당당 리그 챔피언십 결정전에 오른 것과, 정규시즌 후반 부진을 보이며 그저 와일드카드나 따내는 데 만족해야 했던 메츠가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던 자이언츠에게 완봉패의 수모까지 앉겨가며 1패 뒤 3연승의 기염을 토해낸 것이다.

물론 이들의 승리에도 포스트시즌 경험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메츠의 선발진과 중심타자들은 포스트시즌의 경험을 충분히 활용해 자이언츠의 투수들이나 타자들 보다 세련되고 침착한 경기운영을 선보여 주었다.

원정 1패 뒤 자칫 끌려가는 분위기가 될 수도 있었던 샌프란시스코
퍼시픽 벨 파크에서의 원정 2차전에서 메츠의 선발 알 라이터(1승)가 보여준 노련한 투구(8이닝 1실점), 마무리 아만도 베니테스의 승리를 날릴 뻔한 부진을 메워준 존 프랑코(1세이브)의 호투,3차전에서 보여준 불펜진의 7이닝 무실점 계투는 결국 4차전 바비 존스(1승)의 노히트 가까운 완봉투로써 그 대미를 장식하게 되었으며,

타격에서는 배리 본즈의 포스트시즌 징크스 못지 않게 14타수 3안타로 2할을 조금 넘기는 타율을 기록하며 부진을 보여주었던 메츠의 중심 타자 마이크 피아자의 공백을 고참과 신예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훌륭히 메워주었다.

에드가르도 알폰소는 꾸준한 타격으로 공격의 축이 되었으며, 2차전 연장 10회초에서 결승타를 친 제이 페이튼과 데렉 벨의 결장을 훌륭히 메운 티모니엘 페레즈, 3차전 연장 13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배니 애그바야니, 그리고 4차전 1회말 모처럼 만의 2점홈런으로 초반기세를 잡아 승리에 이르게 한 로빈 벤추라 등 메츠 타자들의 고른 활약은 포스트시즌의 경험이 많은 팀에서 볼 수 있는 선수들의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시각에서 볼때 리그 챔피언십에서 맞붙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보다 최근 포스트시즌 경험에서 앞선 뉴욕 메츠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정규시즌 전적 6승 3패로 상대 전적에서 유리한 메츠의 월드시리즈 진출은 그 어느 때보다도 희망적이라 판단된다.

만일 메츠의 월드시리즈 진출이 이루어진다면 2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의 경력을 자랑하는 뉴욕 양키스와 대망의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놓고 뉴욕 집안잔치를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그 가능성은 포스트시즌의 경험이 많고 단기전에 강한 양키스가 매리너스를 물리쳤을 때의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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