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다이에 우승에 관한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투수전이 한창이던 6회말 0:0의 상황.

오릭스 가네코의 몸쪽 낮은 직구를 받아친 다이에의 고쿠보 히로키(29세)가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며 홈런임을 확신하듯 두 손을 번쩍 치켜 들었다.

자신의 시즌 31호째 홈런.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그 홈런은 전신 난카이가 이루었던 리그 연패(連覇)를 34년만에 이룬 쾌거의 '한방'이자, 연이은 연패(連敗)로 우승을 결정 짓지 못한 상황에서도 열렬히 자신들을 응원해준 후쿠오카 팬들을 위한 보은의 '한방'이었으며, '1억' 일본인들이 바라 마지 않던 'ON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축하의 '한방'이었던 것이다.

분명히 그들은 시즌 초, 많은 야구 관계자들에 의해 B클래스(4~6위)로 분류되었던 팀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은 그들은 리그 2연패를 달성했으며, 세기의 이벤트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작년의 일본 시리즈에 이어, 또다시 평론가들을 고개 숙이게 만든 다이에 호크스.

지난 1년간, 다이에 호크스에는 무슨 일이 있었으며, 우승 행사 때에는 어떤 해프닝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1. 전력이 악화 되었다 ?!

구도 기미야스는 전년도 퍼시픽 리그 MVP였다.

투수로써의 종합적인 성적은 분명 마쓰자카 (세이부)나 구로키 (롯데)가 나았다. 그럼에도 그가 MVP로 선출될 수 있었던 까닭은 오랜동안 B클래스에 머물러 있던 팀의 분위기를 쇄신 시킨 1등 공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세이부 '영광의 시대' 에이스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그 유명한 에나쓰 유타카에 이은)우승 청부업자'였던 그는 놀랍게도 올시즌이 끝난 후 FA를 신청, 이적을 만류하는 구단과 다이에 팬들의 눈물을 뒤로 하고 막강 전력의 요미우리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에이스가 떠난 것이다. 게다가 리그 내 라이벌팀들은 전력의 강화를 위해, 유력 신인을 스카우트하고 대형 용병을 사왔으며 다른 FA 선수들을 입단 시켰었다.

오직 다이에만이 투, 타 모두 변한 건 없고 오히려 '핵심'이 빠져 나간 것이다. 다이에의 전력이 급강하된 것일까 ?

"구도 선배가 이룬 것들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구도 선배가 우승의 전부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안방 마님' 죠지마 겐지(24세)의 말이다.

"차라리 구도 선배가 없으니, 우리라도 해야겠다.. 는 정신이 팀전체가 감돌았다. 오히려 집중력의 강화를 불러 일으켰다고나 할까."

그렇다. 구도는 빠졌지만, 중간 계투진은 오히려 더 풍부해지고 강화되었다. 기존의 시노하라와 후지이, 페드라자에 요시다, 다나베 등이 더해져 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나가이, 호시노 등의 젊은 선발진들도 저마다 구도의 몫을 대신하겠다며 투혼을 불살랐다.

변한게 없다던 타선은 어떠한가.

세금 문제로 헤매이던 고쿠보가 부활했고, '미완의 대기' 마쓰나카는 MVP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으며, 98년도 베스트 텐에 빛나는 시바하라도 완벽한 톱타자로 다시 돌아왔다.

아키야마, 요시나가 등의 베테랑도 그런 선수들을 앞에서 이끌고 보듬어 주어 시즌 내내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그리고 오 사다하루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간의 신뢰도는 더욱 끈끈해져, 박빙의 승부에서도 늘 좋은 결과를 창출해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구도의 이적'은, 화려하진 않지만 조직적이던 팀의 전력을 더욱 다지게한 결과를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2. MVP = 마쓰나카 노부히코

리그 내 라이벌 오가사와라 (니혼햄), 리그 최고 용병으로 부상한 오반도 (니혼햄), 질적으로 가장 우수한 성적을 올린 마쓰이 (세이부), 홈런과 타점을 양손에 쥔 나카무라 (긴데쓰).

모두가 마쓰나카 노부히코(27세)와 함께 올시즌을 빛낸 유력 MVP 후보들이다.

그러나 타율 .313 (6위), 142안타 (6위), 33홈런 (3위), 106타점 (6위) 등을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마쓰나카가 가장 유력하다는게 현지의 분위기.

특히나 일본은 개인의 성적 이상으로 팀의 성적도 중요하기 때문에 다이에의 리그 2연패를 도운 마쓰나카가 아무래도 유리한 건 사실이다.

"우승은 했지만,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상대방은 나같은 선수가 3~4명 정도 있는 팀이 아닌가. 하지만, 어릴 때부터 요미우리를 동경해 왔었기 때문에 그들과의 꿈같은 대결이 설레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여기 까지 왔는데 물러설수 없잖은가."라며 은근히 자신감을 피력하는 마쓰나카.

퍼시픽 리그 최고의 거포로 올라선 그는, 자신의 타력으로 일본 시리즈를 다시금 석권하여 12월에 결혼할 신부에게 멋진 선물을 할참이다.

3. 죠지마와 고쿠보... 눈물과의 상관 관계

작년 우승 파티 때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려 주목 받은 두사람. 과연 '2연패'라는 특효약이 그들의 눈물을 억제해 주었을까.

"또다시 울필요가 있을까 ? 차라리 난 예전의 파트너였던 구도 선배와 대결한다는게 더 설레인다."라며 여유 부리는 안방 마님 죠지마.

"시즌 내내 팀에 한게 없었으니 시리즈에서 만큼은 몸을 불사를 계획"이라며 죠지마는 내심 젊은 패기를 앞세운다.

"작년엔 한게 없었다. 홈런 몇개 친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게다가 몇년전엔 팀에 물의도 일으켰고. 올시즌은 4번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만족스런 한해다." 결국 울먹이는 고쿠보.. 결국 또 울어 버린다.

눈물을 흘리고 안 흘리고는 중요치 않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해냈으니 말이다.

4. 아름다운 노장 아키야마 고지

"우승은 해도 해도 즐거울 뿐."

아키야마에겐 굉장히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대선배 기누가사를 꺾고 역대 삼진 1위 (1,662개)로 올라선 불명예(?)와 함께, 사상 32번째의 2,000시합 출장과 사상 28번째의 2,000안타 도달에 성공하는 영광도 같이 차지했던 것이다.

예전과 같은 파워는 아니지만, 여전히 발군의 플레이를 펼치는 아키야마가 2년 연속 시리즈 MVP에 도전하는 모습을 다같이 지켜봐야 겠다.

5. 오 사다하루 감독

말할 필요 없이 다이에 2연패의 일등 공신이다.

"모든 게 힘들었던 시즌의 시작이었다."라고 술회하는 그는 "그래도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나가시마에게 선포했던 것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절대로 지지 않겠다."라며 세기의 이벤트라 칭해지는 'ON 시리즈'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확실히 20세기를 대표하는 두 슈퍼스타 감독의 팀 운영은 괘를 달리한다. 막강 자금을 바탕으로 일본 내의 우수 선수들을 '모셔와' 4년 만에 일본 제일로 만든 나가시마와는 달리, 오 사다하루 감독은 연습에 뒤이은 연습으로 868홈런의 금자탑을 이루었을 때처럼, 뒤에서 묵묵히 전도 유망한 선수들을 지도하고 키워내었기 때문이다.

"팀전력의 극대화를 위해 오너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전력을 잘 활용하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라는 지론의 오 감독.

성적에서는 완연히 앞서지만, 평가에서 만큼은 절대 열세인 나가시마와의 대결에서 오가 웃을 수 있을까.

"작년에도 우린 주니치에게 4승 1패쯤으로 졌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여러분이 아는 바와 같다. 올해도 같을 것이다." 오 감독은 자신만만하다.

6. 매각은 없다.

나가우치 오너는 '매각'에 관한 모든 설을 일체 부인했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시즌 내내 가장 괴로웠던 이는 그였을 거다.

"이제 다이에는 전신 난카이의 영광을 이어 받을 준비가 된 것이다. 5~60년대의 영광이 21세기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6~70년대의 한큐(현 오릭스의 전신)시대, 8~90년대 세이부의 전성시대, 이젠 다이에의 전성시대가 온 것일까.

"올해도 300만 관중이 환호해주었다. 그리고 ON의 대결로 그 경제 효과는 엄청나질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다이에 호크스라는 이름은 이제 큐슈 지방의 것. 어디에다가 어떻게 팔 수 있단 말인가."라며 '매각설'을 강력하게 부인.

7. 와카타베의 우정.

고대하던 10승 달성은 거의 물 건너 갔지만, 와카타베는 몇몇 주력 투수들과 함께 우승 파티 때 이상한 행동을 했다.

다름아닌 등번호 '15'의 다이에 마스코트 인형을 헹가래 치고 있던 것. 등번호 '15'의 주인공은, 전년도 홀드왕 '후지이'의 것이다.

"가장 이자리에서 함께 기뻐하고픈 사람"이라고 와카타베는 말했다. "현재 폐렴으로 인해 병원에서 요양 중인 그도 행복해 하고 있을 것"이라며 뜨거운 우정을 과시하였다.

시리즈 1선발이 유력한 와카타베가 과연 후지이의 몫까지 충분히 해낼 수 있을지 지켜 보는 것도 'ON 시리즈' 관전의 포인트가 될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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