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 만류하는 미국 vs 부글부글 끓는 이스라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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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란 핵의 해법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핵시설 공격을 예고한 이스라엘에 미 정부가 중동의 불안정을 우려하며 신중한 행동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동을 막기 위해 최근 톰 도닐런 백악관 안보보좌관, 마틴 뎀프시 합창의장 등을 이스라엘에 급파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 외신들은 21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최고위층이 19일 방문한 도닐런 안보보좌관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며 “항의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한 미 정부 관리들의 비판과 관련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 측이 ‘최근 미 관리들의 태도는 결국 이란의 이익을 대변하는 행위’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뎀프시 미 합참의장의 19일 발언에도 반발했다. 뎀프시 합참의장은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현명하지 못하며 중동의 불안정을 가져올 것”이라며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무력사용 자제 요구는 영국과 독일 등 서방 주요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란에 기회를 줘야 하며 현 시점에서 이란 공격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도 “이란과 마찰이 더 심화돼서는 안 된다. 이란의 협상 재개 요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다음달 5일 백악관에서 만난다. 정상회담에서는 이란 핵 개발과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양국 간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 등 일부 외신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주요 공격 목표는 나탄즈와 쿰(포르도)의 우라늄 농축시설, 아라크의 중수로, 이스파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등이다. 공습을 위해서는 F-15I와 F-16I 등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비우호적인 이웃 아랍 국가들의 영공을 지나야 한다. 이스라엘이 이웃 국가들의 허가를 얻는 것이 현재로선 쉽지 않다. 또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최단 거리를 선택해도 이란까지는 왕복 3200㎞를 날아야 한다. 공중 급유 없이는 작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란의 방공시스템도 큰 위협이다. 게다가 나탄즈 등 일부 이란 핵시설은 지하 6m 지점에 이중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다른 시설들도 산악지대 지하 깊숙이 위치해 있다. 지하 관통 미사일인 벙커버스터를 사용해도 그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마이클 헤이든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스라엘의 전투기 이동 거리와 공격력 등을 감안할 때 이란 핵시설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은 능력 밖”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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