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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퇴출기업, 차라리 정부가 가려라"

중앙일보

입력

재계가 정부의 부실기업 판정 기준과 방법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성명을 통해 금융감독원이 지난주 발표한 기업 퇴출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한 다섯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자칫하면 막대한 공적자금만 들이고 실패로 끝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재판이 될 우려도 있다" 고 주장했다.

김효성 대한상의 부회장은 "채권은행 스스로 세부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해 다음달 초까지 퇴출 기업을 정하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기업 현실과 금융시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아 부작용과 혼란이 클 것" 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얼개만 정하고 세부기준을 채권은행이 자율적으로 마련토록 한데 대해 상의는 성명을 통해 "현행 금융정책 구도에서 앞장설 은행이 얼마나 되겠으며, 설사 기준을 정해도 제각각일 수가 있어 형평성 시비가 예상된다" 고 강조했다.

상의는 또 "금융기관이 선별 작업을 하는 한달 동안 멀쩡한 기업도 괴소문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정부가 나서 발빠른 퇴출 심사를 이끄는 게 낫다" 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부실 기준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지급이자)을 퇴출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상의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영업이익(EBIT)대신, 여기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EBITDA로 현금 유동성을 판단하는 관행이 뿌리내렸다" 면서 "금감원이 제시한 대로라면 실상을 왜곡할 소지가 크다" 고 말했다.

상의는 또 지급이자보다 지급이자에서 수입이자를 뺀 순금융비용 개념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상의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도 기업신용도를 따질 때 이자보상배율 개념을 거의 쓰지 않는다" 고 주장했다.

특히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 산업은 영업실적이 좋으면서도 퇴출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상의는 또 업종.기업의 특성을 잘 따지고 과거 경영실적과 함께 장래 개선 여지를 감안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업종 평균 부채비율 1백50% 이상, 매출액 대비 운전자금 대출 비중 75% 이상' 기업 중에도 첨단시설에 대한 투자로 일시적으로 부채나 운전자금이 급증하는 곳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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