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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경제 르포] 서울 주유소 휘발유 가격, L당 최대 461원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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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9일 오후 서울 전농동 강남주유소 입구의 전자식 간판에 무연휘발유(보통휘발유) 판매 가격이 L당 1914원으로 나타나 있다. [안성식 기자]

19일 오후 2시 서울 전농동에 위치한 강남주유소. 일요일 오후지만 주유원들이 주유기 사이를 바쁘게 뛰어다니며 오는 차량들을 맞이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은 L당 1914원이다. 이날 서울 시내에서 가장 쌌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여의도동 SK경일주유소의 주유기 6대는 좀처럼 한꺼번에 가동되지 않았다. 서울에서 휘발유값이 가장 비싸다는 곳이다. 입간판에 적힌 보통휘발유 가격은 L당 2375원. 주유기 대신 주유소 뒤편의 터널식 세차기는 바쁘게 돌아갔다. 세차장 밖에서는 외부세차를 끝낸 차량의 내부세차를 위해 3명의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면서 국내 주유소의 기름 판매가격도 치솟고 있다. 하지만 휘발유 평균 가격이 L당 2058.28원인 서울에서도 주유소에 따라 값이 L당 461원이나 차이가 났다. 강남주유소의 김홍섭(47) 대표는 싸게 팔 수 있는 이유를 묻자 “경기도에 저장소가 있어 기름을 대량 매입해서 저장해두고 가져다 판다”고 말했다. 이 주유소는 김씨 소유였다. 세차·포인트적립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박리다매 전략을 쓴다. 반면 SK경일주유소 관계자는 “10억원이 넘는 보증금에 월 7000만원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가격은 높지만 세차나 각종 할인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6만원 이상 주유 시 내부세차를 무료로 해준다.

 기름 가격은 ▶주유소가 위치한 곳의 땅값 ▶자가 저장소의 유무 ▶소유자가 운영하는지 여부 ▶서비스의 종류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한양대 문춘걸(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주유소마다 가격이 다른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일방적으로 가격만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군자역에서 천호대교 북단 방면 3㎞ 거리에 있는 5개 주유소를 살펴보니 가격이 다른 이유는 더 있었다. 이곳의 휘발유 가격은 서울시 평균보다 L당 100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었지만 미세한 가격차이는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낮은 가격(L당 1955원)에 파는 아차산주유소는 특정 정유사에 얽매이지 않는 ‘무폴 주유소’였다. 그때그때 가장 싸게 제품을 주는 정유사를 선택할 수 있어 소비자 가격도 낮출 수 있다. 가장 가격이 높았던 SK네트웍스 직영 삼일주유소(1968원) 관계자는 “정품만 판다는 믿음이 퍼져 단골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이덕환 서강대(화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가격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면 주유소들이 자연스레 가격 경쟁을 더 할 것”이라며 “정부가 ‘알뜰주유소 확산’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가격인하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시장기능에 맡겨두는 게 정석”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알뜰주유소 석유공사·농협중앙회가 현대오일뱅크·GS칼텍스로부터 기름을 대량으로 공동 구매해 일반 주유소보다 싸게 공급하는 주유소다. 이들 주유소에서는 휘발유의 경우 L당 100원까지 싸게 판다. 주유소끼리의 가격인하 경쟁을 유도해 물가를 잡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정부 목표는 2015년까지 1300개의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한 곳에 지원하는 돈은 23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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