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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유출국’ 졸업한다 … 교과부, 이공계 브레인 500명 유치 활동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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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미국 보스톤에서 열린 ‘브레인 리턴 500’ 설명회.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악성’ 두뇌 유출 국가로 꼽힌다.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 중 한국인의 70%, 중국인의 89%가 현지에 눌러앉기를 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브레인 리턴(Brain return) 500’.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로 빠져 나가기만 하는 두뇌들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500명의 해외 우수 두뇌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기초과학연구원에 영입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 첫 행보가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시작됐다. 교육과학기술부 김창경 제2차관, 기초과학연구원 정경택 사무처장 등이 재미 한국인 석학과 유학생들을 만나 브레인 리턴500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우리나라가 1960~70년대 해외 이공계 석학들을 대거 영입한 이래 40, 50년 만에 정부 차원에서는 처음 연 공개 유치 행사였다. 이틀에 걸쳐 열린 행사에는 박홍근·김광수·샘 리 하버드대 교수, 서은숙 메릴랜드대 교수, 주경선 코네티컷주립대 교수 등 12명의 내로라하는 석학과 100여 명의 유학생이 참석했다. 석학과 유학생들은 연봉과 연구 환경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는가 하면 유치 계획이 성공하기 위한 다양한 조언도 내놨다.

 하버드대 김광수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세계화를 위해 연구단을 해외 우수대학에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병국 매사추세츠대학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단장을 석학급으로 영입하려는데 우수 신진연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별도 프로그램이 기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유치하게 될 석학들에게 연간 100억~15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산하 연구팀 구성과 연구 과제 설정 등에 전권을 부여할 예정이다. 신진 연구자에 해당하는 박사후연구원(포스트닥) 연봉은 미국은 2만(약 2200만원)~3만 달러(약 3300만원)이지만 기초과학연구원은 역량에 따라 5000만에서 최고 1억원까지 줄 계획이다. 60, 70년대 해외 과학자를 유치할 때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혜택이다. 우리나라 해외 유치 과학 1세대들에게는 경제적인 대우 외에 ‘정부 요인(要人)증’을 발급해줘 야간 통행금지 시간 대에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일부 참석자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하고 있는 과학벨트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거나 중도에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부가 해외 과학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은 연구의 물꼬를 응용 위주에서 기초연구 위주로 틀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내에는 충분한 인재가 부족하다.

 김창경 차관은 “몇십 년 전에는 애국에 호소하면 상당 부분 먹혔는데 이제 그런 시대는 갔다. 최상의 대우와 연구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는 한국으로 들어올 석학이 없을 것 같다”고 설명회 후 말했다. 교과부는 미국 서부, 유럽 등에서도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브레인 리턴500은 중국이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천인(千人)계획’과 비슷하다. 중국이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천인계획은 국가 전략 학문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세계적인 중국인 석학을 모셔 오려는 것이다. 2011년 1월 현재 1143명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석학들에게는 1인 당 100만 위안(약 1억8000만원)의 보조금, 기존 수입 보장, 각종 세금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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