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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프로야구 진짜로 살리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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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최민규
스포츠부 기자

프로스포츠 경기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은 17일 “프로야구로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구, 경정에 이어 야구까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은 물증이라고 하기 어렵다. “선수 두 명에게 승부조작 거래를 시도했다”는 프로배구 브로커의 진술, “승부조작 제안을 받았다”는 투수의 신고다. 그러다 보니 프로야구와 직·간접 연관이 있는 많은 사람이 ‘별 탈 없이’ 파문이 지나가기를 기대한다. 실제로 서버는 외국에 두고, 현금만 오갔을 경우 수사가 난항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덮을 일은 아니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국내외 사례에서 불법 도박과 연계된 경기 조작 사건은 선수 한두 명에게서 시작해 순식간에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선수들이 교묘한 유혹 앞에서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 현역 선수 51명이 연루됐던 2004년 프로야구 병역비리 사건이 그 예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는 해당 선수의 잔여 경기 출전 정지와 추후 적발 시 영구제명이라는 조치를 했다. 이후 정부 차원의 징병 기준 강화 등으로 프로야구에서 병역비리는 재발하지 않았다.

 경기 조작은 병역비리보다 더 심각하고,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병역비리는 선수 개인의 이익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경기 조작에는 불법 도박이라는 거대한 배후가 있다. 구단과 KBO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때 프로야구 시장 규모는 2000억~3000억원대다. 반면에 불법 온라인 스포츠도박 시장 규모는 보수적인 추산으로도 3조원대다. 지난해 관중 680만 명을 유치한 ‘국민스포츠’ 프로야구도 불법 도박의 10분의 1 규모에 불과하다.

 따라서 병역비리 때와 같은 사후적인 조치로는 부족하다. 보다 공세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상시신고센터 운영, 검경과의 협조체제 구축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최근 KBO는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을 막기 위해 의학적 검사뿐 아니라 정보 수집과 가택 수색 등 사법적 도움을 받고 있다. 경기 조작은 더 엄격하게 감시해야 한다.

 야구 관계자들은 이번 파문으로 올해 ‘프로야구 800만 관중’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한다. 하지만 스포츠는 페어플레이가 생명이다. 적당히 치부를 덮고 불러들인 관중이 1000만 명이면 무슨 소용인가. 가담한 동료를 온정적으로 보는 선수들도 생각을 고쳐야 한다. 감독·코치·선후배에 대한 의리보다 자신들을 사랑으로 키워준 팬에 대한 의리가 더 중요하다. 엄벌하지 않으면 조작은 또 벌어진다. 그때는 프로야구 전체가 외면당하게 된다.

최민규 스포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