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업계 전력난 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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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부의 원전 건설 재검토 방침으로 현지 반도체 업계의 설비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만 경제부장이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환경단체의 반발을 이유로 북부 해안 도시인 쿵랴오의 제4 원전을 건설 계획을 재검토할 뜻을 비쳤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수탁가공생산) 업체인 TSMC와 세계 10대 PC업체인 에이서, D램 생산업체인 모젤 비텔릭 등은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반도체 산업을 물론 첨단산업 육성정책에 악재"라며 우려하는 표정이다.

대만은 최근 반도체 호황을 타고 해외 업체들의 아웃소싱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큰 수혜를 보고 있으며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10억 달러 이상의 설비투자를 단행한 기업은 9개였으나 올해에는 미국과 일본, 대만을 중심으로 한 18개 기업이 1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투자규모 상위 10대 기업은 미국의 인텔과 모토로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일본의 NEC와 히타치, 대만의 TSMC와 UMC그룹, 유럽의 필립스와 ST마이크로등이고 한국의 삼성전자도 포함돼 있다.

대만 기업들은 신추 공단과 타이난 신(新) 공단에 경쟁적으로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타이난 공단내 신설라인에서 웨이퍼 생산을 늘리고 있고 제6호 웨이퍼 가공라인도 새로 조성하고 있는 중이다.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신추 공단의 경우, 전용 소형 발전소를 구축해 놓고 있으나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여름에는 공급불안정이 예상된다.

타이안 공단의 경우, 대만전력공사가 고압송전선의 부설작업 지연을 이유로 전력 소비를 줄일 것을 요청한데서 보듯 전력사정이 여의치 못한 실정. 타이난 공단측은 임시 방편으로 내년 6월경에 변전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전 건설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신추공단과 타이난 공단내에 공장을 증설하려는 대만 반도체 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력 공급 부족과 불안정은 물론 전기 요금 인상 가능성도 있어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대만전력공사는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전기요금이 향후 5년간 최소 15% 인상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간지 중국시보에 따르면 전력공급은 2007년까지 2천550메가와트(MW)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쿵랴오의 제4원전은 2기의 원자로에서 총2천70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것을 목표로 현재 30%의 공정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은 15억 달러이고 사업 자체가 취소되면 29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 경제부장의 재검토 발언이 나왔고 원전 건설을 지지하던 국민당의 당페이 행정원장이 집권 민주진보당과의 마찰로 지난 3일 퇴진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민주진보당은 총선 당시 원전 건설 취소를 공약했으나 당페이 전행정원장과 국민당측은 경제성장을 위해 원전 건설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당페이 전원장은 이달말까지 정부측이 단안을 내릴 것을 촉구해왔다.

대만은 현재 3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으며 발전량은 전체 전력공급량의 18%를 차지한다. 화력발전소가 72%이고 수력발전소는 10%에 불과하다.

전력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 몇년간 15개의 민간기업들이 발전소 건설을 신청했으나 지금까지 대만 최대 그룹인 포모사 플라스틱 그룹 하나만이 상업용 발전을 겨우 시작했을 뿐이다.

이처럼 대만의 산업 인프라가 취약 상태를 면치 못하자 몇몇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모젤 비텔릭은 캐나다나 독일에 웨이퍼 가공공장을 설치할 계획으로 현재입지선정 막바지 단계에 있다. 매크로닉스도 해외 공장 건설을 추진중에 있으나 대상 국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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