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풍경', 가을과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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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점점 깊어간다. 떨어지는 낙엽을 벗삼아 길 떠나는 사람들도 하나, 둘 늘어간다. 그리고 뜨거웠던 여름을 차분한 가을옷으로 가라앉히기 위해 미술관, 전시회 관람객들도 부쩍 많아졌다. 이 가을날, 네티즌들이라면 꼭 가 보아야 할 곳이 있다. 한 편의 ‘전자풍경’ 과 가을을 만날 수 있는 곳, ‘미디어시티서울2000’. 그곳에 가면 디지털과 예술이 손잡고 만든 가을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색다른 예술 도시, 미디어시티서울2000

지난달 2일부터 경희궁 근린공원, 지하철 역사, 42개 전광판 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 편의 ‘전자풍경’. 디지털과 예술, 그리고 문화와의 크로스오버(cross over) 를 시도한 문화축제 ‘미디어시티서울2000(www.mediaseoul.org)’ 이 지금 한창이다.

차갑기만 한 디지털은 우리들을 네모난 컴퓨터 화면 속에 매몰시켜 탁 트인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격리시켜 놓았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일반인들이 끊임없이 접하는 지하철 곳곳, 기분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한적한 공원, 그리고 현란한 광고들이 즐비한 전광판을 예술로 승화시킨 디지털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가을 바람에 소소히 떨어지는 낙엽 한장 주워들고 잠시 바삐 가던 길을 멈추고 ‘예술 작품’ 을 감상하는 것 또한 ‘도시의 색다른 풍경’ 이지 않을까?

▶3호선 환승통로에 즐비하게 전시된 벽화 모습 ▶지하철 프로젝트는 ''도심의 일상과 예술의 만남'' 을 표현한다.
그 가운데 강영민, 이동기 공동 작품인 Subway Comic Strip은 우선 신촌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가는 2호선을 타고 을지로 3가 역에 내려 3호선을 갈아타는 길다란 환승 통로 따라 좌우에 벽화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작품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강영민(www.youngmean.com)홈페이지나 현재 작업중인 아토마우스(www.atomaus.com) 사이트에 방문해 보자.

▶디지털 앨리스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는 루이스 캐롤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와 ‘디지털’ 을 접목, 어린이 감성 프로그램 형식으로 짜여진 일종의 교육 전시회.
약 36개의 동화적이고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서울시립미술관 5개 전시실에서 직접 경험해보고, 느낄 수 있도록 배치해 놓았다.

[사진] 은 ‘디지털 앨리스’ 주제 작품 가운데 ‘기념 엽서 만들기’ 를 웹 스타일로 약간 변형해 만든 것. 캐릭터가 그려진 엽서에 아이들이 하고싶은 말, 혹은 ‘관람 후기’ 를 적어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영상애니메이션 연구센터의 홍진원씨 작품.

▶''러브러브 테트리스'' 화면 사진▶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편에서는 ‘eMotion’ 이라는 주제로 디지털 기계로 인간의 ‘감성’ 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들이 즐비하다.
또한 제1전시관, 제2전시관 별로 주제는 ‘eSense’ 와 ‘ePassion’ 으로 나뉘어 첫번째 전시관에서는 ‘감각적인 이해와 참여’ 의 기능을 중시하고 있다. 반면, 두번째 전시관에서는 디지털로 생성된 ‘오락’ 의 느낌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의 장을 제공한다.

이처럼 다양한 기획과 신선한 시도로 두 달 동안 진행되고 있는 문화행사이지만 참관했던 많은 시민들은 경직된 안내원들과 불편한 관람 구조 등등 때문에 한바탕 ‘시행착오’ 를 겪고 있다.

1999년 건축문화의 해에 이어 올해는 ‘새로운 예술의 해’ 이다. 이번 행사는 향후 다양한 디지털 문화행사가 쑥쑥 성장하는 좋은 촉매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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