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난정마을 짚신공방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8호 39면

‘난정마을’ 할머니들이 신났습니다. 짚신 삼기에 골똘하다가 느닷없이 나타난 우리 사진반 일행을 보고 몹시 반기며 한마디씩 합니다. “어디서들 오셨나?” “한둘이 아니네! 버스 타고 한 차로 왔나?”
“예쁜 각시도 있네?” “우리 짚신 삼는 것을 어찌 알고 예까지 왔을까?”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짚신 삼는 손놀림은 쉼 없고, 웃으며 반기는 말씀은 정겹습니다. 이럴 땐 장단을 잘 맞춰야 뭐가 생겨도 생깁니다.
“이장님한테 물어 물어 찾아왔어요.” “할머니! 우리들이 반갑지요?” “그럼, 그럼! 반갑고말고.” “내가 커피 타 줄게, 좀 기다려 봐.”
손은 바쁘나 심심하던 차였나 봅니다. 바쁜 일손 잠시 놓고 커피 타 주시고, 귤과 밤도 내주시더니 이내 자리에 앉아 하던 일 마저 합니다. 그러나 말씀은 계속 이어집니다. 말문이 확 열렸습니다.

“우린 만날 모여 놀면서 돈 벌어.” “새끼줄을 영감이 꽈주면 할망구들은 예 모여 짚신 만들어 돈도 벌고, 점심 먹고, 간식 먹고 놀아.” “영감 저녁밥 챙길 때까지는 놀 수 있어.” “우린 만날 이래 손을 놀려 치매도 안 걸릴 거야.”

할머니들 말씀에 우리도 덩달아 신났습니다. 사진기 들고 이 마을 저 마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이런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만남이 있어 즐겁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