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심플’ 홍합찜 레시피에 낚인 사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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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호 31면

홍합찜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폼이 난다는 얘기에 혹했다. 게다가 요즘 홍합이 제철이다. 오랜만에 아빠 노릇 하며 맛있는 홍합도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인터넷을 뒤져 만드는 방법을 찾아봤다. 그중에서 화이트 와인을 소스로 이용하는 벨기에식 홍합찜을 만들기로 했다.

나와 홍합: 주영욱 마크로밀 코리아 대표

우선 홍합을 깨끗하게 손질한다. 양파·고추·마늘을 잘게 잘라 올리브유로 살짝 볶는다. 볶은 재료와 홍합을 냄비에 함께 넣고 물을 조금 부은 뒤 화이트 와인을 한 잔 정도 넣은 다음 냄비 뚜껑을 덮고 끓인다. 그리고 홍합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요리 완성이다.

일요일 아침, 아이들에게 점심 때 맛있는 홍합찜을 만들어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요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홍합을 깨끗하게 손질”하는 첫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게 쉽지가 않았다. 찬물에 손을 담그고 홍합을 서로 비벼가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씻어야 했다. 홍합에 삐쳐 나와 있는 수염 같은 것도 일일이 손으로 뜯어내야 했다. 생각 못한 중노동이다.

요리는 시작도 못하고 홍합 손질만 하고 있는 사이에 점심 시간이 다가왔다. 아이들은 배고프다고 아우성이었다. 할 수 없이 집사람이 다른 점심을 차려줬다. 그러고도 한참을 지나서야 홍합찜이 겨우 완성됐다.

맛은 괜찮았다. 양파마늘과 화이트 와인 향이 잘 어울려 홍합을 아주 깔끔한 감칠맛으로 꾸며 주었다. 나름 우아한 맛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이미 점심을 먹은 뒤라 배가 불러서 먹으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제발 먹어보라고 사정해서 겨우 몇 개씩 억지로 먹이는 데 그쳤다. 폼 잡겠다고 덤볐다가 오히려 폼을 구겼다. 쉽고 폼 나는 요리만 찾던 초보 요리사의 잔머리는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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