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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라파즈석고 르포]

중앙일보

입력

[아비뇽(프랑스)〓이봉석 기자]세계사의 대(大)사건인 '아비뇽 유수(11세기 십자군 원정 실패로 교황청의 권위가 축소되자 프랑스 왕이 교황청을 아비뇽으로 옮긴 사건)' 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주 아비뇽시. 감자 등 프랑스의 농작물 주산지인 이 곳은 유럽에서는 석고 산업의 메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석고 채광기지인 '마잔' 광산과 현지 최대 석고회사 라파즈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

그러나 환경 보전을 경영 1순위로 삼고 있는 라파즈는 '공해 산업' 으로 인식돼 온 석고 산업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앞장 서 프랑스의 대표적 환경친화 업체로 꼽힌다.

실제로 아비뇽 지역은 프랑스 최대의 석고 산지라는 명성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환경 보전이 완벽하다.

도미니크 피네 전략기획 이사는 "석고 광산 개발로 퍼낸 토사가 쌓인 곳에는 나무.꽃 등을 반드시 심어 자연림으로 바꾸고 폐광한 곳은 호수로 개조, 주민들의 휴식처로 삼도록 하고 있다" 고 말했다.

라파즈는 심지어 마잔 광산 주변에 있던 11세기 성당을 아예 통채로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 다시 지었다.

이 회사는 또 광산 개발에 따른 소음과 수질 오염을 우려, 자체적으로 소음 지도와 수맥 지도를 만들고 있다.

아비뇽시 관계자는 "라파즈가 석회 광산 개발을 위해 만든 산업도로가 주변 경관을 해칠 것을 우려해 최근 자비를 들여 우회 도로를 따로 내고 석회 개발 때 쌓인 토사가 주변의 일조권을 침해할 것을 걱정해 매년 광산 주변의 일조량 조사 보고서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고 말했다.

라파즈는 매년 아비뇽시에서 열리는 '라 보테' 조각 전시회를 후원하는 등 지역 문화 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9월 열린 석고 전시회에 세계적 설치조각가인 미국의 제임스 튜렐을 초청했다.

프레드릭 라피에르 홍보 이사는 "석고는 건축자재라는 통념을 깨고 예술 작품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문화 행사를 후원하면서 전파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 한국과의 협력 강화는 그룹의 미래〓최근 라파즈의 최대 관심은 아시아 시장의 공략이다.

특히 한국에는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한라시멘트.동부한농화학을 잇따라 인수하는 등 본격 진출에 나선 상황. 본사에서 만난 부르노 라퐁 라파즈 석고부문 회장은 "거대한 인구와 변화하는 주거문화를 감안하면 아시아는 앞으로 30년간 황금시장" 이라고 평가했다.

라퐁 회장은 한국의 석고보드 생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마케팅 지원도 늘려 한국을 아시아 진출의 중심축으로 삼겠다" 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오는 11월 한국에서 '석고 천장제' 를 출시하는 등 올해말까지 생산품목을 1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라파즈는 북한 진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회사 측은 "북한이 우리에게 시장을 열면 북한에도 석고 공장을 지을 계획이며 특히 북한에 석고 광산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프랑스의 다른 석고기업들도 북한에 갈 것" 이라고 말했다.

◇ 라파즈는 어떤 회사〓1883년 세계 최초로 시멘트를 상용화한 기업. 현재 7만여 임직원들이 72개국에서 시멘트.콘크리드.골재.지붕재.석고.특수제품 등을 생산, 연간 매출액이 1백10억 달러(1998년 기준)에 달하는 등 세계 최대의 종합 건축 자재 회사다.

이 회사는 유럽 최대의 천연 석고 광산인 마잔을 포함, 다섯개 광산에서 연간 1백40만~1백50만톤의 석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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