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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이웃집 1박 프로젝트 … 동네가 달라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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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나의 도움이 오는 곳
피터 로벤하임 지음
한세정 옮김
21세기북스
308쪽, 1만3000원

이웃집 습격사건. 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책은 ‘옆집에서 1박 하기 프로젝트’에 나선 저자의 이웃집 무전취식기다. 하지만 삶이 팍팍해서 땡전 한푼 없이 남의 집에서 하룻밤을 신세 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중산층 교외 마을인 산드링험로드. 미국에서도 부유한 지역으로 손꼽히며 거주자 대부분이 의사·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이 종사한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등에 칼럼을 연재하는 저널리스트다.

 당연히 궁금증이 인다. 멀쩡한 집 놔두고 옆집을 전전하며 왜 어색하고 불편한 1박2일 보내기에 나섰는지 말이다. 계기는 우울한 사건 때문이다. 그의 이웃집에서 살던 의사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스스로 자살했다. 충격적인 사건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동네는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이웃에 누가 살지 모르는 채 일상을 이어갔다. 저자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친구를 만들 면서도 정작 옆집에 사는 사람에게는 무관심한지.

 이웃을 가로막는 벽을 뚫기 위한 방법을 찾던 그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행동에 나선 그는 이웃에게 전화를 걸고 e-메일을 보내고 초인종을 누르며 “하룻밤 재워달라”고 제안한다. 뜨악한 반응을 보인 이웃도 있지만 그가 접근한 이웃 중 절반 이상이 그에게 긍정적 답을 보낸다. 그는 ‘이웃집 1박 프로젝트’로 유방암으로 투병하는 이웃을 돕기 위해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가교 역할을 자임한다.

 책은 사회의 유대와 결속이 해체된 미국 사회의 문제를 짚은 로버트 퍼트넘의 역작 『나 홀로 볼링』에 대한 대답으로도 여겨진다. 중요한 ‘사회적 자본’ 중 하나인 이웃과의 교류를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물론 고민의 여지는 있다. 울타리를 낮추고 내남없이 살게 되면, 서로 간섭하고 참견하게 되면 사생활이 사라지지 않을까 말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말한다. “ 모든 사람들이 이웃에게 신경을 쓴다면 한 동네 한 동네가 모여 세상 전체를 변화시킬 겁니다.” 하긴 그런 까닭에 인류의 영원한 고전인 『성경』에도 이 말이 있겠지 싶다. ‘가까운 이웃이 먼 형제보다 나으니라.’(잠언 27장 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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