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32인치 보급형' 격돌

중앙일보

입력

내년 9월 본격 시작할 디지털 방송을 앞두고 값이 비교적 저렴한 보급형 디지털 TV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기존의 디지털 TV는 한대에 6백만~1천만원이나 해 대중화하기에는 비싼 편이었다. 프로젝션 방식을 쓰고 화면이 50~60인치에 이르는 초대형이기 때문이었다.

가전업체들이 널리 보급하기 위해 최근 내놓은 모델은 32인치 화면에 브라운관 방식을 쓰고 있다.

가격은 2백50만~3백50만원대로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기존 모델의 절반 수준으로 내린 셈이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3백만원대 모델을 개발했다. 자체 고안한 디지털 TV 영상처리용 원칩(One Chip)을 채용해 TV속 사람의 땀구멍까지 보일 정도로 화질이 좋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화면 안에서 다른 채널을 볼 수 있는 PIP(Picture in Picture)기능, 기존 화면을 축소한 후 화면 밖에서 다른 채널을 볼 수 있는 POP(Picture out Picture)기능도 도입했다.

아날로그 방송 튜너를 함께 내장해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송 양쪽 모두 시청할 수도 있다. 32인치로 완전평면 브라운관에 16:9 와이드 화면이다. 시중에는 다음달 초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보다 50만원 가량 싼 2백50만원대 제품을 개발했다.

LG제품은 디지털 방송수신기인 셋톱박스가 들어 있으나 삼성 모델은 셋톱박스를 별도로 사야 한다. 셋톱박스가 1백만원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가격은 3백50만원인 셈이다.

홍보실의 한태신 부장은 "디지털 방송의 수신방식이 완전히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셋톱박스를 내장할 경우 업그레이드가 어려울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내년 1월 인터넷기능을 추가한 32인치 디지털 TV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우는 지난 8월 말 LG.삼성의 초대형 프로젝션 디지털 TV에 맞서 브라운관 방식의 3백50만원대 보급형 '서머스' 를 내놓았다. LG 제품처럼 셋톱박스가 들어 있다.

32인치 완전 평면 브라운관에 16:9 와이드 화면, 돌비 음향 등 성능도 LG.삼성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

대우 디지털 TV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방송사들에 2백여대 판 것을 비롯해 출시 한달만에 5백여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LG와 삼성은 8월말 50~60인치 초대형을 1천만원대에 내놓았다가 대우의 보급형에 밀려 판매가 부진하자 보급형 생산을 서두른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디지털 TV는 집에서 극장처럼 즐긴다는 홈시어터(Home theater)개념이기 때문에 화면이 커야 한다" 고 말했다.

가전업계 전문가들은 "디지털TV의 가격이 2003년께 절반 수준으로 내려 갈 것" 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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