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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민속마을 이야기 ⑧ 오돌개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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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오돌개 마을은 봄이면 온통 뽕나무 꽃으로 뒤덮인다. 뽕잎을 수확하는 마을 중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이곳에서는 매년 2000여 명 이상의 체험·관광객들이 찾아온다. 2007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테마마을(민속마을)로 지정된 이 마을은 현재 40여 가구 2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누에와 뽕나무가 많은 청정한 산골마을로 마을 입구에는 장군석이 있어 마을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주변은 온통 산으로 둘러 쌓여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특히 ‘뽕나무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처럼 이 마을에서는 잎·줄기·뿌리 등으로 만든 음식이 유명하다. 뽕나무에서 나는 새콤달콤한 열매 오디는 피부에도 좋다고 한다. 이 마을의 이름인 ‘오돌개’는 오디의 충청도 사투리다. 이 마을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해 뽕잎을 활용한 음식·비누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봄, 가을에는 황금누에도 관찰할 수 있다. 이 밖에 숲속 황토 맨발길 체험과 시원한 계곡에 사방댐을 만들어 더운 여름 산속에서 시원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 별천지가 따로 없다.

마을의 터줏대감 ‘오남매’

아산시 오돌개 마을 주민들이 향토음식체험관 앞 대청마루에 옹기종기 모여 뽕잎을 이용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조영회 기자]

오돌개 마을에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바로 ‘오형제 고개’다. 예로부터 이 고개는 산새가 깊고 어두워 귀신이 자주 출몰하고 도적떼들이 많아 인적이 드물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고개를 혼자 넘어갈 수 없어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넘어가곤 했다. 그 무리 중에는 매일같이 어느 오형제가 함께 이 고개를 넘어다니며 형제애를 키웠다고 해서 이 고개는 오형제 고개가 됐다고 한다. 현재 우연치 않게 이 오형제 고개에서 오남매가 함께 살며 각자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석자·옥자·경자·석종·석창 남매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셋째인 이경자(57·여)씨의 경우는 뽕잎을 이용한 여러 음식을 개발해 충남도와 아산시로부터 ‘향토음식 계승자’로 위촉됐다. 현재는 마을 내에 향토음식점과 체험관을 동시 운영 중이다. 이씨는 “도와 시로부터 각각 5000만원의 지원비를 받아 음식점 겸 체험관을 만들었다”며 “앞으로 뽕잎을 활용한 음식과 곡주 등을 개발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오형제 고개 끝자락에서 뽕잎 추어탕 집을 운영하는 막내 이석창(40)씨는 “오남매가 우연치 않게 오형제 고개에서 12년째 모두 음식점을 운영하게 됐다”며 “다들 우애가 깊어 음식에 대한 연구도 함께 하고 마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귀농하기 더없이 좋은 곳

“공직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예전부터 귀농을 꿈꾸고 있었죠. 원래는 아산 탕정이 제 고향이라 그쪽으로 이사를 가려다가 우연치 않게 이 마을을 알게 됐죠. 주변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 조용하고 공기도 너무 맑아 좋았습니다. 제 아내도 이곳을 너무 마음에 들어해요.”

 강태천(63)씨에게 이 마을은 제2의 고향이다. 그는 경기도 수원에서 40년 넘게 거주하다 지난 2008년 아내와 함께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또한 이사온 직후부터 마을 발전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다 보니 현재는 마을의 부운영위원장직도 맡고 있다. “마을이 너무 아름다운데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웠어요. 마을 홍보를 위해 주민들하고 함께 노력하다 보니 정도 많이 들고 마을에 애착도 많이 가더라구요.” 강씨와 마찬가지로 2001년부터 이곳에서 귀농을 시작한 박종현(66)씨. 그는 한국통신공사에서 30년간 공직생활을 하다 정년퇴직과 동시에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박씨는 “한국통신공사에서 근무할 당시 쉬는 날이면 시골마을을 돌아다니는 게 취미였다”며 “누에고치와 뽕잎이 유명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마을이 청정지역이라는 의미인데 그 때문에 주저 없이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고 흐뭇해 했다. 현재 집 인근에서 염소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씨는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귀농해서 정착하기 힘들다”며 “이웃들과 친해지고 마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생태마을’‘휴양마을’ 지정 추진

뽕밭이 있는 오돌개 마을 전경.

현재 이 마을에서는 농촌체험마을 이외에도 ‘산촌생태마을’과 ‘휴양마을’로 지정 받기 위해 주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산촌생태마을과 휴양마을로 지정 받을 경우 시로부터 일정부분 지원금이 나와 마을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홍보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3년째 마을에서 누에고치 농장을 운영중인 이응구(60)씨는 “주민들과 힘을 합쳐 마을 내에 황토 주택 5곳을 짓고 누에농장 체험장을 확대해 제대로 된 휴양시설을 갖출 계획”이라며 “마을 발전을 위해 뽕잎을 이용한 체험거리와 동물 농장 체험도 확대시키겠다”고 말했다. 남상임 마을 사무장은 “모든 주민들이 마을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만큼 전국적으로 오돌개 마을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인터넷 블로그를 통한 홍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오돌개 마을 소개

● 주소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강장1리

● 홈페이지

www.odolkae.go2vil.org

● 예약 및 상담

운영위원장 이석종 010-8505-9802

부녀회장 이경자 017-420-5020

● 주요체험 및 학습프로그램

연중 오돌개 비누·송편 만들기, 황토맨발길 체험

  백오디 맛보기, 뽕잎 수확, 뽕잎요리, 황금누에 생태 관찰

여름 뽕잎 염색, 사방댐 물놀이

가을 황금누에생태 관찰, 뽕잎수확, 고구마 캐기

겨울 연 만들기, 썰매타기

● 볼거리

오디, 황금누에, 사방댐

● 먹거리

뽕나무백숙, 뽕잎산채비빔밥, 뽕잎정식

● 살거리

누에환, 누에주, 뽕잎환, 뽕잎나물

● 주변 볼거리

외암민속마을, 세계꽃식물원 등

[인터뷰] 이경자 오돌개 마을 부녀회장

“올해는 뽕잎 효능 알리고 떡 빚는 체험 진행 … 3색 장아찌·오돌개 밥상 메뉴 더 연구할 것”

오돌개 마을에서 소문난 음식솜씨를 자랑하는 이경자 부녀회장(사진). 그는 오남매와 함께 12년째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뽕잎을 이용한 여러 음식을 개발해 전국단위 향토요리대회에서 수 차례 상을 받은 이 회장은 “앞으로 오돌개 마을만의 특별한 요리를 개발해 전국적으로 뽕잎 음식이 유명해졌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이 회장의 일문 일답.

-향토 음식의 연구와 개발을 하게 된 계기는.

 “이 마을에서 거주하면서부터 뽕잎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누에가 먹고 난 뽕잎이 아까워 활용방법을 고민하다가 뽕잎의 효능이 좋다는 것을 깨달아 여러 음식을 개발하게 됐다. 그리고 그 음식이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게 돼 자신감이 생겨 더욱 다양한 요리를 시도하게 됐다.”

-직접 개발한 뽕잎 요리는 어떤 것들이 있나.

 “찹쌀과 누에·뽕잎을 삶아 만든 밀주를 얼마 전에 개발했다. 맛이 쓰지 않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돼 여성들이나 젊은 사람들에게 호응이 좋다. 뽕잎뿌리를 이용한 식혜도 만들었다. 뽕잎·누에를 구해 오리나 닭 백숙을 시도해볼 만 하다. 가정에서는 뽕잎 뿌리의 향이 비릿한 냄새를 없애줘 건강 약닭으로 조리돼 한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향토음식 체험관을 동시에 운영하게 됐는데 올해부터 관광객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있나.

 “뽕잎에 효능에 대해 알려준 다음 뽕잎을 이용한 떡 만들기 체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뽕잎에서 나는 열매인 오디를 이용해 잼을 만들거나 백숙 요리 체험도 다양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단순히 먹거리뿐 아니라 오디를 이용한 비누만들기 염색하기 등도 마을 관계자들과 함께 구상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도비와 시비를 지원받아 운영중인 향토 음식점과 체험관이 널리 알려지도록 노력하겠다. 뽕잎의 3색 장아찌와 오돌개 밥상 메뉴 등을 더 개발해 시중에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이경자 부녀회장이 추천하는 뽕잎요리 레시피

●뽕잎순 장아찌

· 재료 뽕잎순 1kg, 진간장 500ml, 물 250ml, 식초 250g, 설탕500g, 매실청 250ml

· 만드는 방법

① 뽕잎순을 5분 정도 삶습니다. 찬물로 세 번 정도 헹구고 나서 물기를 제거합니다.

② 진간장, 설탕, 식초, 매실청, 물을 잘 섞어서 항아리 같은 숙성 저장 컨테이너에 담은 뒤 약 1달 정도 숙성을 시켜주면 맛있는 뽕잎순 장아찌가 완성됩니다.

● 누에 토종닭 백숙

· 재료 토종닭 1마리, 건조누에 30마리, 뽕나무 뿌리 5토막, 인삼 1뿌리, 대추 5개, 통마늘 5개, 호두 3개, 은행 5개, 찹쌀밥

· 만드는 방법

① 뽕나무와 건조누에를 큰 솥에 물과 함께 넣고 1시간가량을 끓인 뒤 닭, 인삼, 대추, 마늘, 은행, 호도를 넣고 다시 40분가량을 끊입니다.

② 예쁜 냄비나 그릇에 담고 파를 넣고소금만으로 간을 해서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찹쌀밥을 같이 국물에 말아서 드시면 더욱 맛있습니다.)

● 뽕잎 떡

· 재료 쌀 1kg, 뽕잎순나물( 뽕잎 순이란 뽕나무에 달린 뽕잎 중에서 연한 잎들을 의미함)300g, 소금 밥숟가락으로 1/3, 팥고물 300g

· 만드는 방법

① 뽕잎, 쌀, 소금, 물 보통물컵으로 한 컵을 넣고 반 컵을 더 넣어서 반죽을 합니다.

② 그 반죽을 적당히 잘라 송편을 만들듯이 팥고물을 넣어 뽕잎 떡을 만듭니다.

③ 찜통에 넣고 15분 정도 센 불에 찐 후에 꺼내어 식힌 후 참기름을 뽕잎 떡에 발라주고 예쁜 그릇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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