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리쥔 망명 시도 때 보시라이 비리 파일 미 영사관에 넘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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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왕리쥔(王立軍) 충칭(重慶)시 부시장의 미국 망명 시도 등으로 정치적 곤경에 처한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당서기의 향후 거취는 어떻게 될까. 첫째는 타협적 처리 방식이다. 왕러취안(王樂泉·68)이 그 모델이다. 17년 동안 신장(新疆)자치구 당서기를 지낸 그는 2009년 7월 우루무치 유혈시위로 낙마했다. 당시 중국 지도부는 그를 당서기직에서 해임했지만 신장에서 쌓은 공적은 인정했다. 현재 그는 공산당 정치국원으로 당 사법부문에 해당하는 정법위 부서기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보 서기에 대해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은 묻되 공적을 고려해 다른 직책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둘째는 강경 처벌이다. 천시퉁(陳希同)과 천량위(陳良宇)처럼 사법처리하는 방안이다. 베이징(北京) 당서기였던 천시퉁은 1995년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고 16년형을 선고받았다. 2006년 상하이(上海) 당서기였던 천량위 역시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고 18년형을 선고받아 현재도 복역 중이다. 그러나 보 서기를 사법처리할 경우 같은 태자당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채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방안은 당초 예상대로 보 서기를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건의 파장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미국에 서버를 둔 중문 사이트 보쉰닷컴(Boxun.com·博迅)은 16일 베이징의 안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왕리쥔이 “지난 6일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가 사전에 만들어 놓은 CD를 맡겼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CD는 보 서기의 비리와 관련된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 사이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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