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치토스·썬칩 … 오리온스 기발한 작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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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추일승 감독

“이번엔 치토스로 해볼까?”

 “감독님, 썬칩으로 해요. 썬칩.”

 지난 11일 열린 프로농구 오리온스와 모비스 경기 도중 작전타임. 중계방송 화면을 통해 재미있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됐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과 선수들이 한창 작전회의를 하는데 난데없이 오리온스 모기업의 과자 이름이 튀어나온 것이다. 이 장면은 농구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추 감독에게 이런 독특한 작전명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그는 “선수들이 쉽게 외울 수 있도록 하자면서 자기들이 직접 의견을 냈고, 그걸 받아들여서 완성된 것”이라며 웃었다. “모기업의 과자 이름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은 전혀 아니다. 선수들이 재미있게 붙인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과자 이름을 붙인 작전들은 ‘사이드아웃 상황에서의 공격패턴’을 뜻한다. 추 감독은 “과자 이름이 붙은 작전은 여러 개의 공수 패턴 중 하나일 뿐”이라며 “특정 단어를 붙인 작전들이 몇 가지 더 있다. 이를테면 ‘연고지 시리즈’가 있는데, 그 작전은 ‘고양’ ‘일산’ ‘킨텍스’ 같은 연고지 관련 단어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프로농구 팀들은 공격과 수비 상황에 따라 수많은 패턴과 작전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작전에 숫자를 붙이기 때문에 작전타임에 감독이 다급한 목소리로 “75번!” “63이야, 알았지?”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주로 앞자리 숫자와 뒷자리 숫자에 의미를 부여해서 크게는 공격 패턴인지 수비 패턴인지 구분하고, 여기에 상황별로 숫자를 붙여서 작전명을 완성한다. 그러나 패턴이 많아질수록 이를 잘 못 외우는 선수들도 나온다. 게다가 보안을 위해 몇 경기를 치른 후에는 작전명을 모두 바꾸는 게 다반사다. 선수들이 “과자 이름을 붙여서 쉽게 외워보자”는 의견을 낼 만도 하다.

 ‘작전명 치토스’는 오리온스의 독특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추일승 감독은 작전타임 도중에도 선수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작전명을 만들 때도 선수들과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작전명의 힘일까. 시즌 초반 꼴찌를 전전하던 오리온스는 15일 서울 SK를 잡고 공동 8위까지 뛰어올랐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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