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경꾼들을 경악시킨 1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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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8강전> ○·나현 초단 ●·쿵제 9단

제11보(135~152)=나이가 어릴수록 계산에 강하고 종반 끝내기가 강하다. 나이를 먹으면 이창호 9단 같은 ‘신산(神算)’마저 속절없이 무뎌지는 게 바둑판의 현상이다. 그래서 이 판은 더욱 믿음이 간다. 나현 초단은 겨우 16세고 계산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더구나 형세는 덤 없이도 해볼 만하다지 않는가. 한데 세상사란 진정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믿었던 나현에게서 처음 이상 징후가 목격된 것은 137 때다. 어차피 후수라면 ‘참고도1’처럼 백1로 그냥 잇는 게 유리하다. 백A가 싫어 흑2로 받으면 반상 최대의 백3을 차지할 수 있다. 한데 나현은 굳이 138, 140으로 두었다. 아직 B가 남았다지만 흐름이 조금 이상하다.

 이때부터 검토실은 몸살이 났다. 145는 그렇다 치고 C의 비마만 차지하면 지는 일은 없다. 한데 언제 두어도 선수인 백C가 도무지 모니터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다 등장한 150에 검토실은 경악에 휩싸였다. 안 둬도 수는 없는데 무슨 뜻일까. 온갖 자문자답 끝에 “승리를 확인하고 단단하게 둔 수”라는 우호적(?) 결론이 내려졌다. 하나 D의 곳이 흑의 수중에 떨어져도 여전히 백은 유리한 것일까. 이 질문에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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