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달라지는 인구주택 총조사

중앙일보

입력

페루 정부는 1993년 7월 11일 하루 동안 전국민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인구주택총조사를 '정확하게' 실시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수도 리마는 물론 대부분의 도시가 단속요원만 눈에 띌 뿐 정적(靜寂)이 감도는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페루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통계법 제12조에도 '통계작성에 관한 사무에 종사하는 자는 통계청장의 승인을 받은 사항에 대해 질문할 수 있으며, 질문을 받은 사람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응답해야 한다' 고 국민의 법적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만약 응답을 거절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할 경우 최고 1백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법 조항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62년 통계법이 만들어진 이래 한 건도 없다. 강제력보다 자발적 협조가 있어야만 정확한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여는 첫 인구주택총조사가 다음달 1일부터 열흘간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통계청은 이 조사가 결국 국민을 위한 모든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무형의 인프라같은 것인 만큼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호소하고 있다.

5년마다 시행하는 인구주택총조사는 1990, 2000년 등 '0' 이 들어가는 해에는 유엔의 권고에 따라 더 집중적으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은데다, 이번 조사는 새 밀레니엄의 첫 조사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깊다.

통계청은 앞으로의 지식사회와 정보화 사회를 대비한 항목, 복지관련 항목, 삶의 질과 관련된 항목 등 새로운 정책수요에 맞출 수 있는 조사항목을 이번 조사에 대거 포함시켰다.

◇ 지식사회, 어디까지 왔나〓지식사회에 걸맞은 기본 통계가 대폭 보강된다.

대졸자인 경우 어문학.인문학.사회계열.공학계열 등 어떤 전공을 했는지도 표본조사 항목에 포함시켰다.

또 컴퓨터.인터넷.이동통신기기 등의 활용실태를 조사해 국민의 정보화 수준과 전자상거래 시장의 잠재적 규모를 파악할 계획이다.

윤영대(尹英大)통계청장은 "대학 때의 전공분야와 현재 직업과의 연계가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컴퓨터와 인터넷 활용실태 등이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밝혀질 것" 이라고 말했다.

◇ 향후 복지정책의 초점은〓아동.여성.노인복지를 위한 기초통계가 이번 조사를 토대로 작성된다.

초등학생 이하(미취학아동 포함) 아이들을 낮시간에 누가 돌보는지, 노인들의 생활비는 누가 부담하는지, 집안 활동이나 바깥 출입에 불편은 없는지를 꼼꼼히 조사할 예정이다.

◇ 남북 이산가족 1세대 얼마나 되나〓이제까지 표본조사 질문서에만 포함됐던 출생지 항목을 전수(全數)조사에 처음으로 집어넣었다. 이는 남북관계가 급진전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이산가족수 등 정확한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85년 이후 처음으로 성씨와 본관을 조사항목에 포함시켜 성(姓).본관별 인구 규모의 변화와 성장.소멸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 인구주택총조사는〓2000년 11월 1일 0시 현재 대한민국 영토 내에 거주하는 모든 내.외국인과 이들이 살고 있는 모든 거처를 조사하는 국가 기본통계조사로, 외국에 일시적으로 출장.여행 중인 사람도 조사대상이다.

약 25만개에 달하는 전체 조사구의 90%는 전수(全數)조사지역으로 20개 항목의 공통질문서가 배포되며, 나머지 10%는 표본조사지역으로 질문항목이 50개로 좀 많은 편이다.

통계청은 설문응답시간이 4인 가족 기준으로 전수조사지역은 20분, 표본조사지역은 30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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