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윤정아 "아테네 금과녁 향해 쏠래요"

중앙일보

입력

저는 한체대 사격선수 윤정아입니다.

지난 3월 1일 중앙일보 체육면에 '임파선암 투병 사격선수' 로 제 기사가 나간 적이 있어요.

오늘 저는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병원에서 완치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암세포가 모두 없어졌으니 이제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해도 된다" 는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는 순간 긴장이 풀어지면서 깊은 한숨만 나왔어요. 지금은 제가 암에 걸렸었다는 사실이 먼 옛날 꾸었던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져요.

제 기사가 나간 뒤 학교와 주위 여러분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큰 시련을 겪는 과정에서 저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요즘 '강초현 신드롬' 이 엄청나더군요. 외삼초등학교와 유성여중.고 2년 후배인 초현이가 큰 일을 해낸 게 대견하고도 부러워요. 항암치료를 받던 올해 초 유성여고에서 초현이와 함께 훈련했고 올림픽 기준기록(MQS)을 따러 3월 시드니에도 함께 갔었어요. 그때 초현이도 무명선수에 가깝던 시절이었는데 "언니같은 사람도 있는데 제가 더 열심히 해야죠" 라며 훈련에 매달리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저도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어 1, 2차 대표선발전에 출전했어요. 항암주사를 맞으면 심한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가 나타나는데 그 상황에서 총을 쐈으니 제대로 맞을리가 없지요. 결국 3차 선발전에서 기권하고 말았죠.

요즘 저는 다음주 시작하는 전국체전을 앞두고 막바지훈련 중입니다.

지난해 체전 공기소총 여대부에서 제가 금메달을 땄어요. 이번에는 기록이나 순위에 욕심내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정도만 쏘고 싶어요. 한때는 기록을 올리려고 조바심도 냈지만 지금은 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렇지만 제 목표는 초현이가 0.2점차로 놓친 올림픽 금메달을 2004년 아테네에서 찾는 겁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암세포도 모두 쏴 없애버렸는데 그까짓 0.5㎜ 크기 10점 과녁이야 아무 것도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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