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출근 안해도…40대주부, 월매출 7천만원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한때 사모님들 사이에 백화점이나 대형몰 입점 창업이 인기를 끈 적 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점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사모님들이 대형점에 들어가 창업에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1980년대 화장품이나 액세서리점, 홈패션점에서 시작된 주부 창업 붐은 90년대 원두커피점, 아이스크림점, 분식점을 지나 현재의 카페붐에 이르기까지 여전하다. 다만 가사와 자녀 양육을 병행하며 말 그대로 ‘부업’을 원하는 사모님들의 꿈은 생존경쟁이 치열한 자영업의 현실에선 좌절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한때는 ‘부업마인드 창업 백전백패’라는 식의 조언이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보기술(IT)과 경영 기술의 발달은 ‘반부재 사장(semi-absence owner)’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김자경(43·채선당 인동점·형곡점) 주부의 경우 경북 구미시 인동과 형곡에 샤브샤브전문점을 두 개나 운영하고 있다. 결혼 10년차 주부로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두고 있는 김씨가 투자형 사장으로 성공한 비결은 안정적인 업종 선택과 전문 점장 시스템의 도입이다. 김씨는 창업 전 4개월간 매일 하루 한 끼는 관심 업종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1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방문한 셈이다. 그 결과 2010년 12월 점포 구입비 포함 총 3억2000만원을 투자해 구미 인동에 60평 규모 매장을 오픈했다. 경영의 성공비결은 운영이 아닌 사람에게 집중한 것. 두 개의 매장에 모두 14명의 직원이 있지만 아르바이트가 없다. 모두 정규직이다. 김씨가 직접 말투와 성격은 물론 인성검사까지 거친 면접을 봤다. 1호점인 인동점의 경우 2010년 12월 채용한 직원이 아직까지 함께 근무하고 있다. 김씨는 경영노하우를 사업가인 남편에게서 배웠다. 남편은 항상 “직원이 돈을 벌어주기 때문에 사장은 라면을 먹어도 직원은 밥을 먹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직에 대한 비용 부담은 크다. 대신 장기근속이 가능하고 그것이 서비스 질을 개선시킨다. 정규직원은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데다 업무에 능숙하다. 김씨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한 달 중 3일의 고정 휴일을 주는 것 외에 3개월 넘게 근무한 직원들에게는 휴무일을 하루 더 준다. 또 6개월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는 월 5만원씩 급여를 인상해준다.

 점장 체제로 운영해 매장에 상주하지 않아도 인동점의 월 매출은 5000만~6000만원대다. 1호점의 성공은 제2의 매장을 열게 했다. 권리금·보증금 포함, 총 3억4000만원의 비용을 투자해 100평(1층 60평, 2층 30평) 규모의 형곡점을 추가 오픈했다. 두 개 매장의 점장들이 김씨를 대신해 인력 및 식자재, 매출 관리, 마케팅을 하고 있다. 김씨는 오전 10시쯤 매장에 나가 운영 상황을 체크하고 오후 3시와 6시에 전화로 두 매장의 운영 현황을 보고받는다.

 15년 동안 살림만 하다가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50평 규모의 생맥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진옥희(45·치어스 구의역점)씨도 점장책임 경영제로 매장을 운영하는데 월 매출은 7000만원대에 이른다. 점장은 매장 운영에 집중하고 진씨는 바이럴 마케팅(인터넷 블로그·카페 등을 이용한 판매 홍보)을 비롯한 매장 홍보를 전담한다.

 매장에 잘 나가지 않는 진씨가 성공한 비결 역시 한번 뽑은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우한 것이다. 2006년 권리금 없는 신축 상가 건물 1층에 총 1억6000만원을 투자해 문을 연 진씨의 매장엔 3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4명이나 된다.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점장을 포함해 주방인력 3명, 홀 서빙 직원 2명,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1명 등 총 8명이 매장에서 일한다. 창업 초에는 익숙해질 만하면 그만두는 직원 때문에 고충이 많았다. 진씨는 장기근속 수당과 오버타임 수당을 만들어 직원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했다.

 점장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점장 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POS 시스템에 입출금 내역이 정확히 기재돼 매출에 손을 탈 염려는 없다. 진씨는 인건비와 세금, 제품 구입비에 대한 결재를 전담하고 매주 하루만 매장을 방문해 운영 상황을 챙긴다.

 모든 창업의 성공 여부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판가름이 난다. 그런 면에서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것은 사모님 창업에서 중요한 성공 동력이 될 수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