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운영업체에 일감 몰아준 지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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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기도 포천시는 2006~2009년 A건설사에 28건(총 3억4800만원)의 공사를 몰아줬다. 공개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식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A건설사 사주는 포천시의원의 가족인 것으로 15일 드러났다.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시의원 가족에게 일감을 몰아준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5월에서 7월까지 25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계약 관련 토착비리 점검가’ 결과 포천시를 포함해 8개 지자체가 시·도의원 등의 ‘가족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부당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계약법상 지방의원의 가족이 50% 이상 지분을 갖고 있거나 대표로 일하는 기업과 지자체는 수의계약을 할 수 없다.

 포천시 외에 지방계약법을 위반한 자치단체는 충청남도, 제주도, 경남 진주시, 경북 안동시, 전남 순천시, 인천시 옹진군, 충남 홍성군 등이다. 충남의 경우 도의원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인쇄업체에 2008년부터 3년간 96건을 수의계약해 3억6400만원을 지급했으며, 진주시는 2010~2011년 어린이 놀이터 보수공사 등 3건을 시의원 본인과 부모가 지분 58%를 갖고 있는 시공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맡겼다. 홍성군에서도 군의원 가족이 소유한 건설업체가 2006~2010년 도로 포장·배수로 공사 등에서 28건, 3억7900만원 규모의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감사원은 부당 수의계약으로 문제가 된 지자체 8곳에 ‘주의’ 처분을 내렸다. 감사원은 부당 수의계약에 연루된 전·현직 시의원 10명과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선 “건당 금액이 적고 불법으로 수의계약하는 과정에 공무원이 대가를 받는 등의 연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자체 사업권에 얽힌 뇌물 비리도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전남 신안군에선 섬 지역 식수원 개발사업을 맡은 공무원 6명이 2009년 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명절 인사비 명목으로 도급업체 23곳에서 총 4100만원을 거뒀다. 이들은 또 해수 담수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용역비를 많이 지급하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설비를 쓰는 것을 눈감아준 혐의도 받고 있다. 감사원은 “질이 좋지 않은 설비를 쓰는 바람에 신안군 해수 담수화 시설의 배관이 빨리 부식돼 사용 연한이 짧아졌고, 정수(淨水) 효율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관련 신안군 공무원 6명을 징계 요구하고, 이 중 뇌물을 받는 일을 주도한 1명은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은 정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유지하려고 이미 사망했거나 자격 없는 사람을 필수·기술 인력으로 신고한 엔지니어링 업체 122곳도 찾아내 사업자 신고를 무효화하라고 지식경제부에 요구했다. 엔지니어링 기술경력증을 빌려준 뒤 돈을 받은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 등 19명에겐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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