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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특별시, 청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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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문시장. 입구에서 20m가량 떨어진 점포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일반음식점을 하던 이 곳은 삼겹살집으로 바뀐다. 개업을 준비중인 업주는 “서문시장이 삼겹살 골목으로 조성되는 것에 맞춰 업종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도심에 위치한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이 삼겹살을 내세워 재기에 나섰다. 과거 청주읍성 서문(청추문)의 이름을 딴 서문시장은 1964년 개장했다. 1970~80년대만 해도 서문시장은 청주고속터미널의 핵심 상권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터미널이 2002년 10㎞ 밖으로 이전하고 근방에 대형마트가 입점하는 등 최근 10년 사이 상권이 크게 위축되면서 상인들이 하나둘 떠났다. 70여 점포가 모여있던 이곳은 현재는 50여 개 점포가 운영 중이고 그나마도 상당수가 겨우 생계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이를 보다 못한 청주시가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해 4월 서문시장 상인들에게 ‘삼겹살 골목’ 조성을 제안했다. 상권도 살리고 청주가 삼겹살의 원조 고장이라는 이유에서다. 강원도 횡성, 전북 정읍, 충남 예산의 한우타운을 비롯해 춘천의 닭갈비촌 같은 전국 유명 음식점 거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도 있었다.

 청주시에 따르면 전국 최초의 삼겹살집이 청주에서 문을 열었다. 50여 년 전인 60년대 초반이다. 이 때 청주약국 옆에 있던 ‘만수네 집’ ‘딸네집’이 효시라는 게 청주시의 주장이다. 삼겹살 본고장으로 알려진 서울보다 10여 년이나 앞선 것이다. 연탄불에 석쇠를 얹어 왕소금을 뿌려 먹는 소금구이(일명 시오야끼)와 간장소스·파절이 등은 청주지역만의 독특한 삼겹살 문화라는 게 지역 토박이들의 증언이다.

 시는 이 같은 점에 착안해 청주를 삼겹살의 본고장으로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상인들의 반응도 좋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몇몇 점포가 리모델링에 들어가 현재는 7개가 영업 중이다. 추가로 2~3개가 문을 열 예정이다. 최근엔 청주지역 대형 요식업체인 선프라자까지 뛰어들었다. 선플라자는 25일 600㎡ 규모의 대형 삼겹살타운을 개점한다.

 청주시는 지난해 말 서문시장 입구에 조형물과 안내판을 설치했다. 업주들의 조기정착을 위해 식품진흥기금으로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18일부터 시작하는 ‘2012 시티투어’에는 서문시장을 점심코스에 포함시켰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삼겹살 거리 홍보를 위해 3월 3일 삼겹살데이에 맞춰 이 곳에서 축제를 열 예정이다.

 청주시 조미영 식품안전계장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삼겹살 골목의 성공이 필요하다. 시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상인들도 품질과 가격,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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