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역조건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쁜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뛰었는데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떨어진 탓이다. 한국은행은 14일 지난해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2010년보다 8.3% 떨어진 78.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 단위의 수출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이 지수는 2005년을 기준(100)으로 삼고 있다. 같은 물량을 수출했을 때 2005년엔 100개를 수입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78.9개만 수입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교역조건이 나빠진 것은 수출단가 상승세는 둔화했는데 수입단가는 오름폭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출단가는 8.5% 올라 2010년의 11.8%에 비해 상승률이 낮아졌다. 반면 수입단가는 18.4% 뛰어 전년(12.2%)보다 상승곡선이 더 가팔라졌다. 지난해 수출단가 상승률을 끌어내린 주범은 반도체(-37.5%)다. 석유제품(38.2%)·화공품(18.1%)·철강제품(10.7%)의 수출단가가 많이 올랐지만 반도체 값 하락을 벌충하긴 역부족이었다.
이들 품목의 값이 많이 뛰었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다. 원자재 값 급등이 가격 상승의 주원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유 수입단가는 37.5% 올랐고, 철강재(12.9%)·비철금속(15.3%)도 큰 폭으로 뛰었다. 소비재 수입단가 상승률도 2010년 5.4%에서 지난해 17.7%로 세 배가 됐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유가 급등이 가장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