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수치 여사 웃으면 미얀마에 봄이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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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 여사가 12일 옛 수도 양곤에서 열린 미얀마의 65번째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뒤 국민민주연맹(NLD)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4월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수치 여사는 11일 첫 유세를 벌이며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양곤 AFP=연합뉴스]

미얀마의 민주화 개혁이 급진전하고 있다. 1962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이래 반세기 만이다. 4월 1일 치러지는 보궐 선거는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실상의 첫 민주선거인 이번 보선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끝난다면 미얀마는 오랜 고립에서 벗어나 정상 국가로 거듭나는 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옛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양곤 인근의 가난한 농촌 지역인 카우무는 야당인 국민민주연맹(NLD)의 깃발로 뒤덮였다. 이곳은 NLD를 이끌고 있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66) 여사가 출마하는 지역구다. 이날 수치 여사는 22년 만에 역사적인 첫 유세를 벌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수천 명의 지지자가 그를 보기 위해 앞다퉈 몰려들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여사는 감격에 젖은 듯 “평화와 안정,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함께 극복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수치 여사의 NLD는 2010년 11월 총선을 보이콧했다. 당시 탄 슈웨 장군을 중심으로 한 군부가 가택연금 중이던 수치 여사의 출마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직후 수치 여사를 풀어주고 전향적인 개혁 조치를 잇따라 내놓자 NLD는 이번 보선 참여를 전격 선언했다. 수치 여사는 이번 보선을 통해 제도권에 처음으로 진출할 것이 확실시된다.

 보궐선거에서는 상·하원 의원 48명을 새로 선출한다. 수치 여사의 NLD는 젊은 층을 대거 수혈해 40석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이 압승한다고 해도 친군부 세력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의회의 역학관계는 바뀌지 않는다. 이들은 2010년 11월 선거에서 440석의 하원 의석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도 이번 선거를 주시하고 있다. 테인 세인 정부의 민주화 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들어선 군부 출신 세인 대통령 정부는 그동안 정치범 석방 등 서방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의 개혁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이런 개혁이 서방의 제재를 풀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수치 여사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세인 정부의 개혁을 평가하고 있다며 경계론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아랍의 봄’과는 달리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얀마의 개혁은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대체적 평가다.

 미얀마의 민주화 촉진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EU의 경우 안드리스 피발그스 개발위원회 집행위원이 12일 미얀마에 도착했다. 피발그스 위원은 이번 방문에서 미얀마에 대한 1억5000만 유로 추가 지원을 공식 발표했다. 보궐선거 후엔 미얀마 국영기업에 대한 투자와 무기 수출금지 완화를 비롯한 전면적인 제재 해제도 논의될 수 있다고 EU 관계자는 밝혔다.

 미국도 미얀마와의 관계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역사적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문 이후 움직임이다. 미국은 지난 6일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가 미얀마의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작업을 하고, 제한적인 범위에서 기술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개혁 속도에 발맞춰 관계 정상화 등 조치가 단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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