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판사 정직 6개월 중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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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위원장 박일환 대법관)는 13일 창원지법 이정렬(43·사법연수원 23기·사진) 부장판사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이 부장판사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석궁테러 사건을 일으켰던 김명호(55) 전 성균관대 교수의 교수지위확인소송(민사재판) 항소심 재판부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창원지법은 이 부장판사를 지난달 31일 법관 징계위에 회부됐다.

 징계위는 이날 이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 청구 내용을 심의한 끝에 “실정법을 어겨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고 법원의 신뢰를 손상시킨 점이 인정된다”며 정직 6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정직(停職)은 법관징계법에 명시된 정직·감봉·견책 등 세 가지 징계 가운데 가장 중징계에 속하며 최장 1년 이내에서 처분할 수 있다. 정직 처분을 받은 법관은 정직 기간 동안 재판을 할 수 없고, 보수도 받을 수 없다.

 이 부장판사는 ‘부러진 화살’ 논란 이후 “김 전 교수의 민사재판도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비난이 높아지자 지난달 25일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에 “교수지위확인소송 항소심 결심 후 당시 재판장이었던 박홍우 의정부지법원장을 포함해 만장일치로 김 교수의 승소로 합의가 이뤄졌었다”며 합의 내용을 공개해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재판부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등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패러디물을 올려 윤인태 창원지법원장으로부터 서면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법정관리 기업 변호사로 친구를 소개·알선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선고된 선재성(49·16기) 전 광주지법 수석 부장판사가 정직 5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일부 판사는 지난주 대법원이 서기호(42) 서울북부지법 판사를 연임(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시킨 것과 관련, 판사회의를 개최키로 하는 등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기지역 판사들은 13일 법관 연임심사제도와 근무평정 등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판사회의를 소집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법이 오는 17일 오후 4시 단독판사회의를 열기로 한 것을 비롯해 서울중앙지법, 서울북부지법 등 서울지역 법원들과 수원지법 등 경기지역 법원들도 판사회의 개최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리는 것은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 이후 3년 만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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