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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조' 김정은母, 출신 천대에 결국 초강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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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희 [사진=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겐 결정적인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 바로 생모 고영희의 출신 성분이다. '기쁨조' 무용수로 활동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눈에 들었던 고영희는 북한에서 천시받는 재일교포 출신이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어서도 생모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그러다 최근 초강수를 띄웠다. 고영희를 '평양의 어머님'이라 대놓고 칭한 것이다. 13일 노동신문은 2월 16일 김정일의 70회 생일을 앞두고 조선작가동맹 시문학분과위원회의 서사시 '영원한 선군의 태양 김정일'을 실었다. "위대한 김정일의 탄생 70돌에 드린다"는 설명과 함께 김정일에 대한 칭송을 담은 장문의 글이었다.

글에선 일본에서 태어난 고영희가 평양 출신으로 둔갑했다. "오늘도 그 낯익은 야전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계시누나(중략)" 등의 내용과 함께 "총총한 별빛을 밟으시며 유정한 달빛을 밟으시며 뜨락을 거니시던 평양 어머님의 발자욱 소리 김정은 동지의 발자국 소리"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이다.

"전선에 계시는 장군님을 기다리며 어머님과 함께 지새운 2월의 그 밤들을 나는 잊을 수 없습니다"라는 김정은의 언급과 "평양집 일가분들이 누려야 할 아버지의 정과 사랑 우리가 다 누렸구나. 우리 인민이 다 받아 안으며 살았구나"등의 내용도 이어진다.

북한이 고영희에게 대놓고 '평양 어머님'이란 호칭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영희 우상화 작업은 김정은 생일로 알려진 1월 8일 본격 시작됐다. 이날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김정은의 기록 영화에서 "언젠가 2월16일(김정일 생일)에도 현지 지도의 길에서 돌아오지 않는 장군님(김정일)을 어머님(고영희)과 함께 밤새도록 기다린 적도 있다"는 해설자의 설명이 전해졌다. 공식 매체를 통해 김정은 생모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은연중에 지나가는 짧은 설명 정도로만 그쳤다.

우회적인 방법도 사용됐다. 8일노동신문에는 재일 교포 여성이 북한에 이주해온 과정과 김정일의 체제 하에 은덕을 입고 살아왔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북한 사회에서 ‘째뽀’라는 명칭으로 불릴 만큼 천시받던 재일교포가 관영매체에 당당하게 등장한 것이다.
고영희의 출신과 관련해 침묵하던 북한은 결국 출신 성분을 조작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고영희에 대한 언급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김정일이 현지 지도행 열차에서 숨졌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번 서사시에는 "우리 인민과 하신 약속을 지키시려 강행군 열차를 순간도 멈춤 없이 달려 오신 분, 그렇게 오르시었다"며 "가시면 안될 길인 줄 만류하는 의사들보다 더 잘 알고 계시면서도 장군님 오르신 12월의 야전 열차"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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