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드림팀 III 결산 - 수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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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올림픽에서 수비는 최선의 공격이라는 사실이 또다시 입증되었다. 강력한 수비의 미국이 쿠바를 누르고 우승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수비는 어떠했는가? 일단 내야수비는 A학점을, 외야수비는 B학점을 부여한다.

대표팀의 주전멤버는 공격보다 수비가 우선된다. 두 명의 선수가 대표자리에서 경합을 벌일 경우 수비에서 앞선 자가 선발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드림팀의 내야는 김기태-박종호-박진만-김한수로 출발했다. 수비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김기태가 1루를 지킨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승엽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미국과의 예선에서 평범한 내야땅볼을 흘린 김은 이후 지명타자로 보직을 바꿨다. 일단 몸으로 막고 공을 처리하는 기본자세가 없었던 터다. 이승엽은 남은 경기를 별탈 없이 막아냈다.

키스톤 콤비인 박진만과 박종호를 걱정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국제경험이 일천한 이들이 경기를 그르치지는 않을까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 박진만은 쿠바전에서 실책성 수비와 베이스커버가 늦는 등의 지적사항이 있었지만 유격수의 역할은 다했다.

박종호는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국내 최고의 키스톤 콤비인 둘은 대표팀이 안정된 기조를 끌어갈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했고 수비는 기복이 없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핫코너 3루는 김한수가 맡았지만 지명타자 역할의 김동주가 미국전에 대타로 나왔다가 수비로 들어가 무난한 처리를 하자 이후 고정 3루수로 활약했고, 네덜란드 전에서는 반트 클루스터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는 등 제몫이상을 해주었다. 둘이서 황금분할로 맡은 핫코너는 믿음감을 주었다.

대표팀의 내야는 전반적으로 안정된 경기를 치루었다. 하지만 백업요원 김태균이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는 등 대타나 대주자를 활용하는 활발한 야구의 걸림돌이 되었다.

외야는 송지만의 공백으로 투수인 이승호가 보강되면서 파행운영이 예상되었다. 게다가 박재홍 마저 일본과의 예선에서 부상으로 빠지며 당초 예상인 이병규-박재홍-송지만의 라인이 장성호-정수근-이병규 라인으로 변했다.

외야수비는 타구의 판단과 빠른발 그리고 강한 어깨를 요구한다. 장성호는 3가지 모두가 떨어지는 선수였다. 정수근은 어깨가 약한 편. 따라서 외야수비에 대한 코칭스테프의 걱정은 극에 달했다. 외야로 공만 나가면 안절부절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장성호가 허점을 드러냈다. 일본과의 예선에서 4회 마쓰나카의 타구방향을 놓친 것이 그랬고 5회 언더베이스를 허용하며 추격점을 내준 파울플라이는 잡지 말았어야 했다. 미국과의 준결승에서도 타구에 대한 집중력에서 오점을 보였다.

다만 정수근과 이병규가 결정적인 수비를 해주면서 기사회생의 계기가 되었다. 일본과 예선 9회말 2사에 이병규가 홈에 뿌린 송구는 이번 대회 한국 수비중의 백미다.

포수부문은 주포 박경완이 호주전에서 닐슨의 파울플라이를 놓치는 결정적 실수를 한 후 홈으로 달려드는 주자와 충돌하며 실려나가 우려했지만 홍성흔이 자리를 훌륭히 메꾸어 차질이 없었다. 주자견제와 블로킹 등 시종일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수비 없이 공격만 능한 선수는 이제 설 땅이 없다. 야구를 시작하는 어린 선수들도 수비훈련을 착실히 쌓아가며 타격연습을 해야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격은 천부적인 재능의 비중이 적지 않다. 하지만 수비는 철저한 노력하에 이뤄진다.

프로야구가 생기며 한국이 가장 발전한 부분이 수비다. 수비는 경기를 많이 할수록 발전한다. 한국야구가 좀더 세계적인 야구로 발전하려면 수비가 강한 저변을 확대하는게 급선무다.

이번대회에서 한국이 동메달을 딸 수 있었던건 제몫을 다한 몇몇 투수와 큰 실책이 없었던 두가지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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