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산책] 경기 불안하면 유머 광고가 는다?

중앙일보

입력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서면 유머 광고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미국 MIT대 경제학과 폴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이다. 이 이론처럼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국내에서도 유머 광고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경기침체를 알리는 신호탄일까.

오리온 초콜릿 핫브레이크 광고는 N세대 터프가이 상을 새로 정립하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찬 바람이 부는 한강 다리 위에서 한 커플이 이별을 준비한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 " 차갑게 절교를 선언하는 이요원. N세대 터프가이 남창희는 "너 심심하구나…" 라며 외면한다.

이요원이 "헤어지자니까" 라며 눈물로 호소하지만 남창희는 "사랑 가지고 장난하는 게 아니야. 내일 보자" 며 쌀쌀맞게 손을 흔들면서 떠난다.

실연의 상처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마음 약한 남자 남창희는 "이럴 때일 수록 든든해야 돼" 라며 주먹을 불끈 쥐고는 핫브레이크 초콜릿을 들고 터프가이의 모습을 되찾는다.

순풍산부인과의 오지명 원장이 물에서도 48시간 약효가 지속된다는 관절염 치료제 트라스트를 무릎에 붙이고 욕실과 침실을 오가며 웃통까지 벗는 광고도 익살스럽다.

한국타이어 광고에서는 펭귄 한 마리가 빙산을 올라가다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면서 뒤따라오던 바다사자와 함께 미끄러져 내려간다.

순간 북극곰에 부딪혀 멈춰 서는데 북극곰의 앞발에 한국타이어의 바퀴 모양(트레드)이 찍힌 화면이 나와 슬며시 웃음을 자아낸다.

늪에서 악어를 만난 윤다훈이 보험가입 계약서를 무기로 악어와 맞서는 LG화재의 광고, 험상궂은 건달과 할아버지가 등장해 재미있는 사이트라는 점을 강조하는 야후클럽의 광고, 중년 남녀가 볼링장에서 춤을 추는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의 광고 등도 유머를 전한다.

제일기획의 김홍탁 차장은 "유머 광고는 사회 분위기가 우울할 때 시원하고 통쾌한 웃음을 잠시나마 줄 수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기에 자주 등장한다" 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