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사람에 관계없이 여러 사람의 음성을 인식 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국내에서 개발했다.
과학기술부 중점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98년 출범한 뇌과학연구사업단(단장 이수영 李壽永 한국과학기술원 전자전산학과교수)은 28일 말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관계없는, '화자(話者)독립형' 음성인식 반도체 칩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95% 정도의 높은 인식률을 갖고 있으며, 특정사람의 음성만 인식하는 '화자종속'에 비해 활용도가 매우 높은 첨단기술이다.
그간 PC나 범용 반도체 소자인 DSP(디지털 신호처리 Digital Signal Processing)에서 동작하는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는 국내 여러 연구기관과 기업에서 개발됐으나 음성인식 전용 반도체 칩이 개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수영 박사팀이 개발한 음성인식 전용 반도체 소자는 일반적인 음성인식 기술인 통계적 처리방법(Hidden Markov Model: HMM)과 달리 인간의 청각기관을 모방한 청각모델과 뇌의 인지기능을 모방한 신경회로망으로 구현돼 실생활 환경에서 꼭 필요한, 잡음에 강한 성능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50개의 단어를 말하는 사람과 무관하게 인식할 수 있으며, 외부의 저장소자(ROM)에 기록되는 값을 바꿈으로써 서로 다른 단어 세트를 인식할 수 있는 범용성도 갖췄다.
반응시간은 0.1초 이하로 실시간 처리되며, 화자적응 기법도 칩 속에 내장돼 사용자가 사용하면 할수록 성능이 좋아지는 장점도 있다.
현재는 반가공 상태의 칩(FPGA: Field Programmable Gate Array)에 구현됐으나,완전 가공칩(ASIC: 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s)으로 구현하면 4mmx4mm의 작은 크기로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이박사는 설명했다.
최근 음성인식기술 발달로 이 분야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으나, 잡음이 있는 실생활 환경에서는 인식률이 크게 저하되는 문제점으로 인해 시장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이 음성인식 칩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 시속 60km로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도 카 오디오를 음성으로 동작시킬 정도로 성능이 개선됐다.
특히 카 오디오 소리는 음성 명령어와 구별하기가 어려워 인식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인간의 귀에서 일어나는 신호처리 기법을 모방함으로써 이를 해결했다.
음성인식 전용 반도체 소자는 PC의 도움이 필요 없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전자제품에 적용할 수 있으며 DSP를 사용하는 것 보다 가격이 저렴해 전화, 장난감 등 저가 전자제품과 무선 헤드셋 등의 소형 전자제품에도 적용이 가능해졌다.
이박사는 "아직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전자제품이 적으나 2003년경에는 국내에서만 약 1천억원 정도의 음성인식 칩 수요가 예상된다"면서 벤처기업 ㈜엑스텔을 통해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서울=연합뉴스) 황창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