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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인수 사주조합이 열쇠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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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올 상반기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회사는 쌍용건설이다.

오는 14일 예비입찰자 신청 접수, 내달 중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4월초 본입찰로 M&A가 빠르게 진행된다.

쌍용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14위로 지난해 매출 1조7000여억원 규모의 회사다. 영업이익은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다가 M&A를 앞두고 지난해 할인분양, 미분양 등 위험요소를 대손처리하면서 1000여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태다.

그럼에도 쌍용건설은 전체 매출액의 40% 정도를 해외도급공사로 채울 만큼 국내 건설경기 침체 여파를 덜 받고, 토목공사와 건축공사도 각각 30% 정도씩 고른 비중을 차지해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는 게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1977년 회사 설립 후 해외에서 호텔, 병원 등 고급건축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고급건설 명가’고 불리는 등 회사 이미지도 좋다.

건설업에 진출하려는 회사나 사업영역이 주택 등 특정 부문에 편중된 건설업체들이 너도나도 쌍용건설을 탐내는 건 이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지난달 27일 쌍용건설의 최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쌍용건설 입찰참가의향서(LOI)를 제출한 곳이 6곳이나 됐다.

그룹성장을 모색하는 이랜드, 부영, 일진그룹, 해외사업 다각화를 위한 파트너를 찾는 독일계 M+W그룹, 홍콩계 사모펀드인 아지아, 국내 사모펀드인 JKL가 그들이다.

침체된 건설경기와 위축된 M&A시장을 염두에 두면 기대 이상의 흥행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번에 LOI를 제출한 기업 가운데 쌍용건설의 진짜 주인이 있을까. 향후 빠르게 진행되는 쌍용건설의 M&A의 변수는 무엇일까.

우리사주조합 설득이 관건

쌍용건설을 인수하기 위한 최대 난제는 우리사주조합의 존재다. 지분 14.12%를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은 이번 매각 대상 지분 50.07% 가운데 24.72%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캠코가 3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선정된 회사가 최종 인수가격을 제시하면 우리사주조합은 그 가격을 기준으로 지분 24.72%를 먼저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사주조합이 이미 가진 지분과 임직원이 보유중이 지분(1.65%), 그리고 우선매수로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을 더하면 사주조합은 최대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협상대상인 회사로 인수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회사를 끌어들이거나 직원 돈을 모아서라도 M&A를 저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사주조합은 이번 M&A에서는 입장 표명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난 2007년 M&A가 진행됐을 때 당시 재무투자자로 국민연금을 영입한 사실 등 전략이 모두 노출되면서 M&A가 마무리되지 못했다고 보고 있어서다.

우리사주조합은 당시 재무투자자를 활용해 종업원지주회사로 변신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는 과거와 많이 다르다는 게 쌍용건설 내부의 목소리다.

우리사주조합 관계자는 “경기 상황, 기업실적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엔 우리가 재무적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LOI를 제출한 인수 후보 가운데 우리에게 아직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한 기업은 없다”며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적으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주조합, “다양한 가능성 고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을 설득할 만한 실력과 진정성을 갖춘 기업은 어디일까.

이번에 LOI를 제출한 기업 가운데 이랜드의 경우 유통과 레저를 중심으로 그룹 성장을 위해 제대로 된 건설사를 인수하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중국 유통사업 호조로 상당한 현금 동원력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미 가지고 있는 계열 건설사도 제대로 키우지 못한 단점이 있다. 이랜드건설은 2010년 기준 매출 714억원, 영업이익 31억원, 당기순손실 126억원을 기록했다. 건설사 시공능력순위 172위다. 한 때 100위권 안에 들었다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부채비율도 400%를 넘었을 정도로 재무구조도 좋지 않다.

지나친 확장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는 내부 목소리도 있다고 전해진다. 2007년에도 쌍용건설을 인수하려다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고, 성지건설 인수 포기 등 전력이 있어 끝까지 참여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일진그룹은 해외 파워플랜트 사업에 관심이 많아 쌍용건설을 해외 진출을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건설사 경영 경험과 노하우가 전무하다는 게 약점이다.

지난해 무주리조트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외형을 넓히는 부영은 임대주택 전문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쌍용건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국내서도 손꼽히는 플랜트·토목 기술을 보유한 쌍용건설을 인수해 종합건설업체로 도약하려는 것.

다만 역시 종합건설기업을 경영한 경험이 없다는 게 한계다. 쌍용건설의 반얀트리 호텔 매각과정에서도 중도에 포기했다. 그럼에도 현금성 자산이 7000억원이나 될 정도로 자금이 풍부해 사세 확장을 위한 베팅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제3의 인수 추진 기업 나타날까?

독일의 하이테크 엔지니어링 업체인 M+W그룹이 유력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 회사는 현대그룹과 함께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하려 했던 곳이다.

생명과학 및 화학시설, 반도체 등 첨단 시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2010년 기준 18억유로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다국적 회사로 해외 사업 다각화를 위한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 쌍용건설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인수전 때와 경험을 살려 현대그룹과 다시 힘을 합쳐 쌍용건설 인수에 뛰어 들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사모투자펀드인 국내의 JKL과 홍콩계 아지아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사주조합을 설득할만한 조건으로 막강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올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예상다.

컨소시엄을 통해 쌍용건설 인수를 추진할 또다른 투자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결국 큰 손해를 본 것처럼 단순히 재무적인 차원의 물리적인 통합은 자칫 모두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쌍용건설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시너지를 낼만한 경영능력을 보여 줄 기업이 나타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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