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생활스포츠 '시드니 특수'

중앙일보

입력

"나이스 볼!"

배새롬(23.단국대 4)양은 처음 접하는 소프트볼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남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전자계산학과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공 한번 던지지 못하고 스코어보드나 넘기던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일이다.

배양이 소프트볼에 도전하게 된 것은 시드니 올림픽 덕분. 평소 야구를 좋아하면서도 실제로 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이번에 TV에서 중계되는 소프트볼 게임을 보며 여자 야구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여자 소프트볼 동호회 '떳다볼' 에 가입한 배양은 22일 '레인보우' 팀과 펼친 한판승에서 안타를 날리며 한 몫 하기도 했다.

"물론 남자들에 비해 실력은 형편없지만 투수도, 포수도, 4번 타자도 우리들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신나요" . 홈을 밟고 들어와 상기된 표정의 배양은 앞으로 농구에도 도전해 볼 작정이라고 말한다.

시드니 올림픽에서 양궁 등 여성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생활속에서 스포츠를 즐기려는 여성들이 부쩍 늘고 있다.

여성들은 노출의 계절인 여름을 겨냥해 봄에 운동을 시작했다가 이맘때면 거의 그만두는데 올해는 시드니 특수로 일부 스포츠센터에서는 여성회원 가입신청이 늘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시드니 올림픽 소식에 쏠린 요즘 가장 활기에 넘치는 곳이 활터다. 여자 양궁 선수들의 승전보가 잇따르면서 여궁사들의 어깨엔 힘이 더 들어갔다.

우리나라 양궁의 발상지라고 자처하는 서울 사직동 활터 '황학정' 에서 만난 곽정숙(68.여.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씨는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궁도의 전통이 우리나라 양궁 선수단 선전의 바탕" 이라며 "조선 중기까지는 양반집 규수들도 활쏘기를 취미삼아 배웠다" 고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다.

황학정에서도 여자들이 활을 더 잘 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양궁이 선수들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국궁은 전국 3백여곳에 활터를 두고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스포츠 종목. 최근엔 올림픽 붐을 타고 젊은이들의 참여도 늘었다.

남자들의 운동으로 알려진 권투 체육관에서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두드리는 여성들의 모습도 흔히 발견된다.

서울 양재동 록키권투체육관에서 만난 직장인 윤회진(27.여.서울 금호동)씨는 살빼기에 효과가 좋다는 말에 권투를 시작한 경우.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냐는 질문에 "얼마전 여자 권투선수들의 모습을 TV에서 봤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 며 "격렬한 운동이지만 새롭고 호신용으로도 좋다" 고 말한다.

이처럼 일반 여성들이 생활속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근육질의 탄력있는 몸매를 선호하는 요즘 여성들의 추세에 맞춰 스포츠 센터에서도 여성들의 발길이 점차 늘고 있다.

을지로에 위치한 청아스포츠센터의 경우 전체 회원중 70%가 여성회원. 하루 한시간씩 운동을 한다는 손미정(30.서울 강남구 논현동)씨는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운동을 하고 나면 풀리는 것 같다" 며 "앞으로 시드니 올림픽 여자 선수들의 건강미에 반해 여성회원들이 더욱 늘어날 것 같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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