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당분간 방망이는 짧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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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월 중순, 연초의 6백50포인트를 고점으로 2개월여의 조정을 보이던 종합지수가 6백포인트를 돌파했다.

그로부터 18개월이 지난 2000년 9월18일 종합지수 6백포인트가 붕괴되었다가 다시 턱걸이를 했다. 또한 코스닥 지수도 1백포인트를 돌파한 지 17개월 만에 1백포인트 아래로 내리꽂혔다. 거래소 시장과 코스닥 시장 두 곳에서 올해 1백70조원의 부(富)가 사라졌다.

추석연휴 직후 유동성의 보강과 함께 개선된 수급을 바탕으로 지수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정반대의 상황에 부딪쳤다. 연휴 동안 바다를 건너온 반도체 가격 하락소식, 석유수출국기구(OPE C)의 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상승을 이어가는 기름값 등의 악재 및 연휴 직전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등에 나타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와 프로그램 매물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주식시장에 마지막 일격을 가한 것은 포드사였다. 대우자동차의 매각협상 우선대상자로 선정되었던 포드사가 실사를 마친 후 대우자동차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한 것.

이 발표는 묘하게도 22조원에 이르는 대우 계열사의 분식 결과 발표 및 관련자 고발 소식과 겹쳤다.

타이어와 엔진결함으로 인한 수백만 대의 자동차 리콜 같은 포드사 자체의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포드의 공식적인 인수 포기 발표는 우리 증시에 충격이었다.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우려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금융주로 매도강도를 높였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20만원이 붕괴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재차 매수에 나서긴 했지만 심리적인 충격은 컸었다.

어쨌든 추석을 전후한 기간에 종합지수는 1백20포인트가 하락한 결과, 종합지수가 5백포인트대로 주저 앉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1990년 이후에 종합지수가 6백포인트 이하에서 장기간 머물렀던 시기는 단 두번에 불과하다.

1992년 경기의 하강기에 약 5개월간, 그리고 IMF가 시작되었던 1997년 10월부터 약 18개월간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상황이 그 당시보다 더 악화되고 있는가? 물론 대우자동차의 매각 지연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이로 인해 시장위험이 커지긴 했다.

하지만 경기가 하락국면이라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고, 다시 IMF시대를 맞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수가 6백포인트 이하라면 저평가 영역인 것이다.

그리고 정부도 금융시장 불안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정부정책은 심리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이미 정부는 대우자동차의 매각 일정을 시급히 처리하기 위한 일정을 제시했고, 10조원 규모의 채권펀드 조성을 완료하고, 우체국 예금을 활용하여 추가적인 채권펀드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투신사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새로운 비과세 펀드의 판매도 허용하고, M&A 전용 사모펀드도 판매할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다.

그렇지만 저평가 영역이 곧 반등을 뜻하는 건 아니다. 하락은 멎을 가능성이 크지만, V자형의 반등은 가능성이 적다. 때문에 적극적인 매수를 하긴엔 아직 심리적 부담이 크다.

매수 주체가 사라진 상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버텨 오던 시장이 외국인 매도로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가. 외국인 투자태도가 원상으로 회복되어야만 투자자들의 심리상태도 호전될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복귀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당분간 주식시장에서는 단기대응이 필요하다.

거래소 시장과 코스닥 시장 모두 단기 낙폭이 큰 우량주와 기술적 분석상 우위에 있는 종목들에 주목해야 하겠다.

종합주가지수 또는 코스닥 지수보다 더 많이 빠져 있는 삼성전자, 한국전력, 한국통신, 웅진닷컴, 삼성물산, 삼보컴퓨터, 한섬, 퓨처시스템, 엔씨소프트, 나모인터랙티브 같은 종목들은 지수가 하락을 멈추고 반등을 보일 수 있다면, 먼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목표 수익은 여느 때보다는 짧게 잡는 편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다.

김귀중 대유투자자문 운용영업팀 과장 www.dae-yu.com. / 이코노미스트 제5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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