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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300년전 `얼음인간' DNA 샘플연구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지난 91년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접경 산악지역에서 빙하속에 묻힌 채로 거의 원형에 가까운 상태로 발견된 5천300년전 청동기시대 사냥꾼 미라에 대해 사망원인과 당시 생존환경 등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과학자들은 25일 섭씨 영하 6℃와 96-98%의 습도 상태에서 냉동보존된 미라를 12시간에 걸쳐 해동한 다음 이탈리아 볼차노에 있는 사우스티롤 고고학박물관에 있는 무균 실험실로 옮겼다.

여기서 과학자들은 4시간에 걸쳐 뼈와 세포조직, 치아 등의 샘플을 채취하고 내장기관에 대한 내시경 검사 작업 등을 진행했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법의학 전문가는 5천300년전 청동기 시대를 살았던 이 `얼음인간''의 뼈와 혈액 샘플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가 자연사했는지 아니면 사고로 죽었는지를 규명하게 된다.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학자들이 미라의 치아에 퇴적돼 있는 납과 스트론튬 등 이른바 `화학적 지문''을 분석, 당시의 생활 환경에 관한 정보를 파악해낼 예정이다.

이탈리아와 영국의 과학자들은 `얼음인간''의 DNA와 장(腸)기관의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탈리아의 인류학자인 프랑코 롤로는 장내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얼음인간''이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었는지를 규명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NA 연구를 통해서는 현재의 인간들과 1만년전 알프스 산맥에 거주했던 인종간에 혈통적으로 공통점이나 연속성이 있는지 여부를 규명하게 된다.

과거 `얼음인간''의 폐조직에서 채취한 DNA의 연구에서는 그가 폐에 균상종(菌狀腫)을 앓았으며 이로 인해 수명이 단축됐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적 있다.

이와 함께 학자들은 `얼음인간''의 발목과 무릎, 종아리 등에 투박하게 새겨진 문신이 고대 침술의 한 형태인지, 아니면 그의 사후에 원인 모르게 새겨졌는지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이번에 채취된 샘플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약 6개월후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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