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육상] 에드워즈 "세계 1인자 체면 세웠네"

중앙일보

입력

암운이 거치고 찬란한 햇살이 비치는 순간이었다.

조너선 에드워즈(34.영국)는 지난 25일 남자 세단뛰기 결선 3차 시기에서 젖먹던 힘을 다해 17m71㎝를 기록했다.

2차 시기에서 강력한 경쟁자 데니스 카푸스틴(러시아)이 17m46㎝로 선두에 나서는 바람에 "금메달의 꿈은 무산되는가" 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웅성거렸지만 에드워즈는 바로 다음 시기에서 올들어 가장 좋은 기록을 세우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요엘 가르시아(쿠바)가 마지막 6차 시기에서 사력을 다했지만 17m47㎝를 기록, 은메달에 머물자 에드워즈는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세단뛰기 세계기록(18m29㎝)을 갖고 있지만 유난히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에드워즈는 네번째 올림픽 출전만에 첫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고 '반쪽짜리 스타' 의 불명예에서 벗어났다.

에드워즈는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 을 몸에 걸치고 "이런 날이 반드시 나에게 오리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며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울먹였다.

남자 세단뛰기를 지켜보던 콜린 잭슨(33.영국)도 같은 상상 속에 빠졌다.

세단뛰기에 이어 벌어진 남자 1백10m 허들 결선에서 잭슨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 라며 스타팅 블록에 올라섰다.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1위를 차지한 앨런 존슨(미국)이 부상으로 컨디션이 엉망이었기에 금메달 확보를 확신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3레인에서 뛰던 '신예' 아니에르 가르시아(쿠바)가 선두로 치고나가더니 결국 피니시 라인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이번에 부정출발을 한차례 범한 잭슨은 레이스 중반까지 선두로 나서는 듯했지만 50m 지점을 지나면서부터 눈에 띄게 페이스가 떨어지더니 결국 5위에 그쳤다.

애틀랜타에서 아픔을 안겼던 4위보다 형편없는 성적이었다. 잭슨은 흐르는 세월의 처참함을 곱씹으며 어깨를 늘어뜨린 채 선수 대기실로 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