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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재미있는 자연이야기 (18) 바다까지 위협하는 CO2 증가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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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바다가 빠르게 산성화(acidification)되고 있다. 우리가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CO2)가 대기 중에 넘쳐난 탓이다.

알려진 대로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이산화탄소의 지구 대기 중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의 6000년 세월 동안 190~280ppm 사이에서 변화해왔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약 200년 동안 395ppm으로 치솟았다. 지구를 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바닷물 속에 녹아 들어 산성화를 일으키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바닷물의 산성화’란 ‘중성에 가깝게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닷물이 본래 산성도(pH) 7의 중성이 아니라 pH 8.2의 약한 알칼리성(염기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0년 동안 pH 값이 0.1정도 낮아진 것이다. 별 것 아닌 미미한 수치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대양의 엄청난 바닷물 양을 감안하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지난달 미국 하와이대학의 국제태평양연구소 연구팀은 네이쳐 자매지인 『네이쳐 클라이밋 체인지(기후변화)』에 게재한 논문에서 “현재의 해양 산성화는 자연 속도의 100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탄산칼슘의 일종인 산석(霰石, aragonite)의 포화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석은 조개류나 산호류 등이 뼈대를 만드는 데 이용하는 물질이다. 바닷물에 산석이 포화돼 있어야 해양생물이 껍집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산성화로 인해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석의 농도가 줄어들면 해양생태계에 피해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알래스카 주변 바다에 살면서 연어의 먹이가 되는 바다달팽이(사진①)가 잘 자라지 못하게 되면 먹이사슬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해양 산성화와 해수온도 상승은 호주 대보초(Great Barrier Reef·사진②)의 산호초가 죽어가는 원인이기도 하다. 하와이대 연구팀은 “현재 속도로 인류가 이산화탄소를 계속 내뿜는다면 21세기 말이면 바닷물 속 산석의 포화도는 40% 이상 더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바다 물고기의 뇌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복어(사진③) 같은 물고기들이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는 능력, 포식자로부터 달아나는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게 지난달 공개된 호주 산호초연구센터에 연구 결과다.

 바닷물의 산성화는 인류의 영향이 지구 생태계를 뒤바꿀 만치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인간세(人類世·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 시대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도 결코 과장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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