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스시 맛보려면… 셰프 앞 카운터에 앉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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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긴자의 스시 전문점 ‘스시 아오키’의 아오키 도시카쓰(49·사진) 사장을 만났다. 아버지 아오키 요시의 대를 이어 25년째 스시를 만들고 있는 장인이다. 스시 전문점들의 ‘전쟁터’라고 불리는 긴자에 자리 잡은 ‘스시 아오키’는 2009년부터 4년째 미슐랭 1스타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욘사마’ 배용준과 이종격투기 챔피언 추성훈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아오키 사장은 지난달 20~22일 서울 신라호텔 뷔페식당 ‘더 파크뷰’에서 진행된 ‘스시 라이브’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추운 겨울 더 진가를 발휘한다는 스시를 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그에게 들어봤다.

 서정민 기자

 
“옛날부터 일본에는 ‘스시 전문점에 가면 달걀말이를 먼저 먹어 보라’는 말이 있어요. 한국의 달걀말이와 달리 일본식 달걀말이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게 특징인데 잘 만들기가 아주 어렵거든요. 그만큼 셰프의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시 전문점의 수준을 평가하는 첫 번째 기준이 됐던 거죠.”

 아오키 사장은 “질 좋은 생선만 있다면 어떤 곳에서 먹더라도 스시의 맛은 별반 차이가 없다”며 “‘좋은 스시’의 요건은 전적으로 셰프의 기술에 달렸다”고 했다. 그는 스시 전문점의 수준을 평가하는 두 번째 방법으로 ‘고등어 또는 전어 같은 등 푸른 생선 스시’를 먹어 볼 것을 권했다. 등 푸른 생선은 다른 생선처럼 바로 살점을 떠서 밥에 얹어 먹을 수 없다. 식초와 소금으로 일정 시간 동안 숙성해야 비린내를 잡을 수 있고 맛도 좋아진다. 식초와 소금의 비율, 그리고 숙성 시간이 바로 등 푸른 생선 맛의 비결인데, 이는 전적으로 셰프의 역량에 달렸다.

1 참치 뱃살 스시. 참치 뱃살(일본어 ‘도로’)은 지방이 풍부해 인기가 좋다. 2 입안에 들어가면 살살 녹을 만큼 부드럽고, 특유의 산미가 있어 등 푸른 생선의 하나인 방어 스시다. 방어는 신선도가 특히 중요해 생선회와 스시에서 고급 재료로 꼽힌다.

 아오키 사장이 말하는 세 번째 기준은 ‘밥을 뭉친 크기’다. 오랜 시간 숙련된 장인들은 손의 감각만으로 밥의 크기를 일정하게 만들 수 있다. 아오키 사장은 “그 밥의 크기가 생선마다 달라야 스시의 맛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생선마다 맛있는 살점의 두께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살이 두꺼워지면 그만큼 밥도 두꺼워져야 맛의 균형감이 잡힌다는 얘기다. 그는 “생선마다 적당한 양의 와사비(고추냉이)를 얹기 때문에 가능하면 간장만 찍어 먹는 게 좋다”고도 했다.

 스시 먹는 순서에도 원칙이 있다. 아오키 사장은 “흰 살 생선부터 시작해 붉은 살 생선, 등 푸른 생선, 조개류, 그리고 새우나 장어 같은 찜·구이 등의 순서로 먹는 게 정석”이라고 했다. 담백한 맛부터 양념으로 간을 한 순서다. 그렇다면 조개류는 왜 등 푸른 생선 다음에 먹는 걸까. 아오키 사장은 “조개류는 가장 신선한 상태로 먹어야 하는 만큼 맛도 예민하다”며 “등 푸른 생선을 숙성시키기 위해 첨가한 식초가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그 다음 순서로 조개류를 먹는 게 좋다”고 했다. 생선회를 먹을 때 중간 중간 초절임 생강을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오키 사장은 “스시 전문점에서 좋은 식사를 하고 싶다면 반드시 셰프의 바로 앞, 즉 카운터에 앉으라”고 추천했다. 셰프와의 교감 때문이다. “고객이 식사를 오랫동안 천천히 하고 싶은지 빨리 끝내고 싶은지, 오늘은 얼마나 피곤한지 등을 셰프가 제대로 알고 있다면 고객의 입에 맞는 스시를 제때 맞춰낼 수 있죠.” 카운터 자리에서라면 고객이 한창 대화 중일 때 스시를 내는 일 같은 건 절대 없다는 얘기다. 그는 또 “셰프에게 다 맡겨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리라”며 “셰프가 귀찮아할 만큼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게 고객의 의무”라고 했다. “손님이 적극적일수록 셰프의 손은 더 신이 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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