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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회, 학생인권조례 반기는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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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찰이 서울 대치동 일대 학원에 다니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육 1번지’로 불리는 이 지역에도 다양한 유형의 학교 폭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당했다는 학생 중 상당수는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면서 학교 폭력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월 한 달간 강남구 대치동·일원동 등 관내 학원 42곳에 다니는 중고생 1677명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이광석 서장이 설문을 계획했고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 7명이 학원가를 돌며 설문지를 나눠주고 답변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경찰서에 비해 학교폭력 신고 건수가 20%밖에 안 되지만 피해 학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대상 중 112명(6.7%)이 학교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해 학생은 ‘같은 반 친구’라는 답변이 62명(55%)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이 피해 학생들에게 건의사항을 물은 데 대해 답변 학생 35명 중 24명(69%)가 “인권조례로 인해 교사 권한이 약해질 것 같다. 가해 학생을 강력히 처벌해 달라”고 답했다. 기자가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생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중학교 3학년 권모(16)군은 “일진회(학교 폭력 집단) 애들은 조례 때문에 선생님들이 자신들을 제지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교대 허종렬(사회교육학) 교수는 “사실상 일체의 체벌을 금지하는 조례로 인해 교권이 약화되면서 폭력 학생 규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날 경찰청은 “일진회에 대한 첩보 수집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일선 경찰서에 내리고 학교 폭력 소탕을 위한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 경찰은 16일까지 전국 모든 중·고교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파악된 일진회 회원에 대해 ‘자진탈퇴서’를 받기로 했다.

 ◆‘학교폭력 방조’ 두 번째 교사 수사=서울 강서경찰서는 학교 폭력을 당한 중학생 이모(13)군의 아버지(49)가 “담임교사와 교장·생활부장·상담부장이 아들의 학교 폭력 피해를 은폐하려 했다. 이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처벌해 달라”고 낸 진정서를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이군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동급생들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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