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군사작전하던 드론, 유럽 ‘농사작전’에도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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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무인정찰기(드론·drone)가 유럽의 농촌 하늘에 등장했다. 유럽연합(EU)이 농업 보조금을 받는 농민들이 농사를 제대로 짓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적 상황을 비밀리에 살피는 드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EU는 매년 수십억 유로의 농업 보조금을 농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경작 규모 등을 놓고 농민과 보조금 지급 기관 간의 다툼이 적지 않게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드론을 도입하게 됐다. EU는 지금까지 인공위성 등을 이용해 농지 사진을 찍었지만 해상도에 문제가 있었다. 실제 영국에서는 막 싹이 튼 농작물을 인공위성이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인공위성은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촬영이 불가능하다. 산악지역 인근의 농지를 찍을 때는 그림자로 인해 지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지상 500m 이내의 상공에서 사진을 찍는 드론엔 이런 문제점이 없다. 이 때문에 향후 드론이 인공위성 역할의 상당 부분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드론은 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 시험 비행 중이다. 프랑스에서는 포도주의 과잉생산을 막기 위한 포도나무 제거 작업도 감시하고 있다.

 드론과 같은 첨단 장비가 선호되는 또 다른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방문 조사의 경우 회당 400유로(약 60만원)가 필요하지만 인공위성 등을 사용하면 150유로면 충분하다. EU 집행위 농업부문 연구원인 필리페 로우디자니는 “농업용 드론도 원거리 조종 등 기본 성능은 군사용 드론과 유사하다”며 “농작물 열매의 크기를 감안할 때 해상도를 10㎝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드론이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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