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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니들은 알까 … 팔당호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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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팔당호변에서 고니가 노니는 모습. 정부와 자치단체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팔당호 수질 개선에 4조3754억원을 투입했다. [중앙포토]

“2000만 수도권 주민의 생명줄이자 상수원인 팔당호 물이 13년 만에 가장 맑아졌다.”

 경기도 팔당수질개선본부는 최근 팔당호의 지난해 연평균 수질이 1999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급수 중에서도 ‘매우 좋음’ 등급에 가까워 간단한 여과·살균 과정만 거쳐 마실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자랑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팔당호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1.09ppm으로 99년(1.5ppm)에 비해 상당히 향상됐다.

 하지만 이 수치만 보면 지난해 말 발생했던 북한강 녹조(綠藻)와 수돗물 악취를 설명하기 어렵다. 당시 수도권의 적지 않은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게다가 8일 환경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팔당호 수질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데다 일부 항목은 오히려 최악의 수준이었다.

 이처럼 같은 팔당호 수질을 놓고 엇갈린 평가는 왜 나오는 걸까. 무엇보다 경기도가 다른 수질 측정 항목은 제쳐놓고 BOD만 따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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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D가 아닌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기준으로 보면 팔당호 물은 해마다 탁해지고 있다. 지난해 COD는 3.8ppm으로 99년 이후 최악 수준이다. 1급수 기준(4ppm 이하) 이내이긴 하지만 정수처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2급수(4~5ppm)에 더 가깝다. 또 부유물질(SS) 농도도 지난해 14.3ppm을 기록해 2004년 이후 가장 나빴다.

 BOD와 COD는 둘 다 물속 유기물 오염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유기물은 단백질·지방·탄수화물 등 생물체가 만든 물질로 팔당호에는 음식물찌꺼기나 분뇨 등의 형태로 들어온다. 유기물은 정수과정에서 염소 소독제와 반응해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THM)으로 바뀐다.

 전문가들은 팔당호 같은 호수에 BOD를 적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 강원대 환경학과 김범철 교수는 “BOD로는 전체 유기물의 20%만 측정 가능해 수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COD는 물속 유기물의 60~80%를 측정할 수 있다. 환경정책기본법에도 호수에는 COD 기준만 적용된다.

 정부·지자체가 98년 이후 2010년까지 팔당호 수질개선에 투입한 돈은 모두 4조 3754억원이나 된다. 주로 하수처리시설을 늘리는 데 많이 사용됐다. 그 덕분에 팔당호 주변 하수처리율은 2010년 86.8%로 높아졌다.

 그러나 COD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가 상대적으로 쉬운 BOD 목표 달성에만 매달리면서 퇴비·가축분뇨가 빗물에 씻겨 팔당호로 들어오는 건 막지 못한 탓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수질기준을 선진국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최지용 박사는 “물속 모든 유기물을 직접 측정하는 총유기탄소(TOC) 기준을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질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대부분 TOC를 사용한다.

 환경부도 2008년부터 팔당호 등에서 TOC를 측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참고수치일 뿐이다. 환경부 이영기 물환경정책과장은 “몇 년 내로 TOC 기준을 도입할 방침”이라며 “올해부터는 한강 등 4대 강에서 TOC를 본격 측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BOD·COD=물속 유기물(음식물찌꺼기, 분뇨 등)의 양을 간접 측정한 수치들. BOD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소비하는 산소의 양을, COD는 유기물을 처리할 때 들어가는 화학약품의 양을 바탕으로 한다.

◆총유기탄소(TOC)=물속 유기물 양을 직접 측정한 수치. 유기물을 고온에서 태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통해 계산해 낸다.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만 BOD·COD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수질, BOD로는 1.09ppm 13년 이래 가장 좋아 … COD로는 3.8ppm 최악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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