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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3.0 시대를 기다리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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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배영대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소녀시대’가 프랑스의 인기 TV 토크쇼에도 10일(현지시간) 출연한다는 소식이다. 지난주엔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의 간판 토크쇼에 잇따라 출연했다. 한류(韓流) 물결이 거세다. 동유럽권과 남미에도 이미 우리 젊은이들의 춤과 노래가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니, 북한을 제외하곤 전 세계로 확산되는 듯하다.

 지금까지 한류를 주도한 것은 드라마(K-Drama)와 가요(K-Pop)다. 이와 함께 눈여겨보고 싶은 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1월 30일 발족한 ‘한류문화진흥단’이다. K드라마와 K팝이 릴레이로 이끌어온 한류를 K컬처(Culture·문화) 전반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한류 3.0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며, 구체적 사업 1단계로 ‘전통문화의 창조적 발전’을 내세웠다. 우리 문화예술과 관광 등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자원으로서 전통문화를 재창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국가 규모에 비해 덜 알려진 전통문화는 재평가돼야 한다. 한류의 신호탄이었던 드라마 ‘대장금’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최근 방영된 ‘뿌리깊은 나무’ ‘추노’ 같은 드라마도 전통문화를 현대 상황과 잘 조화시켜 인기를 끌었다. 전통은 한류의 생명력을 이어갈 보물창고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국학진흥원이 7일 공개한 ‘스토리 테마파크’는 고무적이다. 조선시대 쓰여진 각종 일기에서 뽑은 이야깃거리를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이 같은 노력이 모이면 『조선왕조실록』의 한글 번역과 CD롬 작업이 1990년대 이후 우리 문화 각 방면의 전통 관련 콘텐트 수준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그런 효과를 다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류 3.0 시대는 ‘인문(人文) 한류’의 역량 강화와 깊이 연관된다. 대중문화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 온 한류의 깊이를 더해 줄 재료를 인문학 담당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학술 연구 지원을 하는 한국연구재단, 한문 자료의 한글 번역에 집중해온 한국고전번역원, 대한민국 브랜드 홍보를 총괄하는 국가브랜드위원회 등 관련 기관이 머리를 모아야 한다.

 이번 ‘한류문화진흥단’은 문화부 제1차관과 기획조정실장이 단장·부단장을 맡고, 문화예술국장을 총괄간사로 하여 주요 실무 책임자들이 참여해 일종의 ‘한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연례행사 계획으로만 그치지 않길 바란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여 생각해보고 싶은 게 있다. 과연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면 한류가 가능했을까. 지난 60여 년 우리가 이룩해 온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이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공사례로 평가되기에, 그런 성공을 일궈낸 역동적 춤사위에 세계가 함께 어깨춤을 추는 것이 아닐까. 나아가 우리의 5000년 역사와 전통도 새롭게 재평가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