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흉내내 이름지었다가 … 일 정부 망신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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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유명 아이돌 그룹 'AKB48'의 이름을 흉내 내 자살방지 캠페인의 캐치 프레이즈를 만들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해 철회했다.

8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카다 가쓰야 부총리는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살방지대책강화의 달'(3월)을 맞아 발표했던 '당신도 GKB47 선언!(あなたもGKB47宣言!)'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취소하고, '당신도 게이트키퍼 선언!(あなたもゲ?トキ?パ?宣言!)'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오카다 부총리는 "자살의 심각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게이트 키퍼 선언!’은 국민 한 명 한 명이 주변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수문장(게이트키퍼)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당초 쓰였던 ‘GKB47’은 '게이트키퍼 베이직(Gatekeeper Basic)’의 약자에 일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의 수를 결합한 것. 그러나 일본 내각부가 지난 6일 '당신도 GKB47 선언!'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발표하자 "장난하냐"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일본 유명 아이돌 그룹 'AKB48'의 이름을 흉내내 만든 것이 분명한 억지 조어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자살의 심각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GKB’는 '고키부리(바퀴벌레)'의 약자인가" 등 정부의 경솔함을 비웃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뿐 아니라 6일 열린 국회참의원예산위원회에서도 철회 요구가 이어졌고, 자살 문제와 관련된 72개 민간단체는 공동으로 항의성명을 발표했다. 항의성명에는 "심각한 문제에 대한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에 의해 자살자의 유족을 포함한 많은 관계자들이 실망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에서는 1998년 이후 자살자가 매년 3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2006년 국회에서 '자살대책기본법'이 통과되는 등 자살 방지를 위한 전사회적인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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