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톱 절도범들이 원하는 건 데이터가 아니다.
랩톱에 들어있는 데이터의 가치는 하드웨어 가격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절도범들은 보통 돈을 빨리 손에 쥐는데만 관심이 있다.
고단수의 절도범이 퀄컴(Qualcomm) CEO의 랩톱을 훔친 일이 있고 난 다음 날, 전문가들은 랩톱 절도범들은 손쉬운 이익을 찾는 것이지 장비에 들어있는 귀중한 데이터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 정보 제공업체인 크롤 어소시에이츠(Kroll Associates)의 하이테크 담당 경영이사 리 커티스는 "다행히 대부분의 랩톱 절도범들은 마약을 사기 위해 랩톱을 훔치는 것이지 해외의 경쟁업체들에게 파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커티스는 랩톱이 수천 달러의 값어치가 나가긴 하지만 랩톱에 들어있는 데이터의 가치는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면서 "범죄자들이 지능적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퀄컴 CEO인 어윈 제이콥스는 호텔 회의장 연단에서 자신의 랩톱을 도난 당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그곳에서 그는 미국 비즈니스 편집위원 및 작가협회(Society of American Business Editors and Writers)를 상대로 연설을 막 끝마친 상태였다. 제이콥스는 30피트도 떨어져 있지 않은 협회의 일부 회원들과 얘기하던 중 랩톱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됐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랩톱 하드웨어는 4000 달러 정도의 가치가 나가는 것이지만 안에 들어있던 독점적인 데이터는 수백만 달러 가치가 있다고 한다.
유도라(Eudora)라는 e-메일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퀄컴은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로 알려진 무선 통신 기술 개발에도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CDMA 기술은 앞으로 10년 후 퍼스널 장비를 인터넷과 연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기업 랩톱을 노려라
하지만 퀄컴은 기업 스파이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 부사장이자 정보보안 조사담당 이사인 윌리암 말릭에 따르면, 랩톱이 1000 대에 한 대 꼴로 도난당한다는 비공식 조사 결과가 있고, 이 중 10∼15% 정도는 데이터를 팔아먹으려는 범죄자들에 의해 도난당한다고 한다.
말릭은 "일부 해커 패거리들은 인텔 같은 특정 기업들의 랩톱 절도에 대한 장려금까지 두고 있다"면서, 랩톱에 멋들어진 로고나 화려한 기업명함을 붙이지 않는 것이 랩톱 절도 사건을 줄이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절도범들에게 랩톱은 값비싸면서도 무게가 가벼운 귀중품으로 취급될 따름이라고 한다. 말릭은 "중요한 것은 물건의 무게다. 물건이 다이아몬드라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D 절도 가능성
저명한 ID 절도범 기소자인 마리 J. 프랭크는 퀄컴 CEO가 여러 가지를 우려하겠지만 신상정보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만약 퀄컴 CEO라면, 즉각 내 신용보고서에 대한 사기 가능성을 경고하겠다"고 말했다. 프랭크는 기업 경영자들의 이름을 도용해 신용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기업인의 개인 정보를 훔치는 ID 절도범 문제 해결을 위해 TV 네트워크 CBS와 자동차 업체 GM을 돕고 있다. 그녀는 "요즘은 정보가 돈"이라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네트워크 어소시에이츠(Network Associates) PGP 보안사업부문 보안연구부장인 짐 맥디치는, 이런 정서 때문에 암호화 기술이 보안수단으로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퀄컴이 랩톱에 독점 데이터라도 넣어 놨다면, 경쟁업체들이 이를 이용해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맥디치는 "퀄컴이 손실된 데이터를 백업으로 복구시킨다 해도, 그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면 암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트워크 어소시에이츠를 비롯한 일부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이런 기술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제이콥스의 랩톱이 과연 4000달러 짜리 컴퓨터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퀄컴의 사업 비밀을 풀 수 있는 귀중한 4000만 달러 짜리 정보 상자가 될 것인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