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보다 적응이 먼저 … 친구 사귀는 법 알려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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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학교와 유치원 차이점 알려주길

올해 초등학교에 아들을 보내는 함지영씨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하다. 얼마 전 있었던 반 편성 배치고사의 충격 때문이다. 함씨는 “반 편성 고사에 1학년 교과서의 전반적 내용이 나와 당황스럽다”며 “얼마만큼 준비하고 입학해야 하는 거냐”고 걱정하며 다른 엄마들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엄마가 1학년 교과과정을 미리 준비한 상태였다. 함씨는 “나도 모르게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하나, 다른 아이들은 뭘 하나 살피게 됐다. 혹시 내 판단이나 정보가 잘못돼 우리 아이가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선배 맘이자 중학생 아이를 둔 박명화씨는 “공립과 사립의 차이가 있다. 사립은 학습진도가 빨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학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학습진도를 따라잡지 못해 1학년부터 과외를 붙이는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선행학습을 한다고 완벽한 초등 1학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학습보다는 학교 적응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구몬학습 이순동 교육연구소장은 “7차 교육과정으로 수학과 국어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초등은 읽고, 쓰고, 숫자를 아는 정도까지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과도한 학업량으로 아이가 학교와 공부에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3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엄마들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도 사귀고 공부할 생각에 벌써 설렌다. 함지영씨와 김윤재군, 송대현군과 손선아(왼쪽부터)씨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진원 기자]

함씨의 또 다른 고민은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다. 함씨는 “아직 어려 장시간 집중하기도 힘들고 엄마를 찾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선배 맘들은 당황스러웠던 순간으로 ‘담임교사에게 아이의 행동을 지적받았을 때’를 꼽았다. 유치원 때 칭찬만 듣던 아이가 학교에 가고부터 ‘수업 시간에 돌아다닌다’ ‘수업 시간에 친구를 괴롭힌다’ ‘집에 가겠다고 떼를 쓴다’ 등 부정적인 지적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규칙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박씨는 “첫 3개월은 적응 기간이다. 아이에게 학교와 유치원의 차이에 대해 숙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선생님에게 제재를 받으면 아이는 학교와 교사를 싫어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이 소장은 “종종 그런 지적을 교사가 우리 아이를 싫어한다고 오해하는 엄마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담임교사는 여러 명의 아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라며 “궁금한 점이나 걱정되는 점은 솔직하게 조언을 구하고 어떤 부분을 고칠지, 어떻게 하면 빨리 적응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에게 설명이 부담스러우면 학교 적응에 관련된 동화책을 읽어준다. 수업 시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숙제는 왜 하는지, 친구와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등 학교생활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들려주면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중등 1학년 중등 필독서 챙겨주길

다음 달에 중학생이 되는 대현이는 또래 남자 아이들보다 순한 편이다. 엄마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알아서 한다. 하지만 6학년을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엄마 손선아씨는 “말수도 부쩍 줄고 친구들과 몰려다니기 시작했다. 10대들이 몰려다니는 걸 보면서 ‘왜 저럴까?’ 했는데 내 아들도 그런다”며 난감해했다. 봉원중 백화현 교사는 “그 나이대 아이들의 행동은 도저히 머리로 이해가 안 되죠”라며 “등교할 때도 교실로 바로 가면 될 것을 교문 앞에서 친구를 기다려 꼭 같이 들어간다. 또래문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래문화는 아이들로 하여금 뭐든지 함께하게 만들고 혼자 할 수 없는 크고 작은 일탈에 도전하게 만든다. 생전 가지 않던 PC방, 노래방에 가고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하지 않는다. 백 교사는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자란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자녀가 중학생이 되면서 친구들을 가까이하고 엄마를 멀리하자 묘책을 냈다. 토요일에 아들 친구들을 집에 놀러오게 해 간식도 만들어주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이 소장은 “또래문화를 분리시키면 자녀가 왕따가 될 수 있다”며 “엄마가 먼저 자녀의 친구들과 친구가 돼주고 모임 장소를 밖이 아닌 집으로 바꿨더니 아이의 교우관계나 대화 소재에 대해 걱정할 일이 줄었다”고 말했다.

학업에 대한 조언으론 학교 홈페이지 활용을 적극 권했다. 선배 맘 박씨는 “중등부터 교과서 순서대로 진도를 나가지 않는다. 딸이 중1 첫 중간고사에서 엉뚱한 범위를 공부했던 것도 이를 몰랐기 때문이다. 중학교부터 단원별로 교사가 결정해 수업하기 때문에 시험 범위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 홈페이지엔 시험기간·범위·기출문제 등이 있어 예비 중1 엄마라면 누구나 챙겨야 할 사항이다. 백 교사는 “입학 전에 학원 종합반을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 시간에 책 한 권을 더 보길 권한다”며 독서를 강조했다. 봉원중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권 이상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학습에 대한 흥미로 이어지고 진로 설정에도 도움을 줘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르게 한다.

 워킹맘인 손씨는 방과후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많다. 엄마가 관리할 수 없는 아이들은 학교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프로그램 선별은 같은 학교 선배 엄마들에게 들으면 도움이 된다. 이 소장은 “중학교 땐 독서가 중요하다. 고교부터는 독서할 시간이 부족하다. 판타지·만화도 좋다. 다양한 독서로 배경지식을 쌓는 활동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전했다.

글=김소엽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학업·인성 고민 덜어주는 가정 독서

“매주 한 권씩 읽고 독후활동, 필독서는 반드시 읽는다”

중등 필독서는 반드시 읽는다. 시험은 필독서에서 나올 확률이 크다. 불안감에 학원을 보내기보다 취약한 과목을 스스로 보완하고 남는 시간을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으로 만든다. 책에서 배려심, 배경지식, 심화학습을 배울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가족 모두가 읽고 자신의 의견을 번갈아 가며 주고받는다.

선배 맘들의 조언

Q. “초등 1학년, 벌써부터 학원 보내긴 싫은데 어떻게 공부시킬까요.”

A. 매일 진도에 맞춰 교과서를 읽어보자. 수업에 자신감도 생기고 공부에 대한 흥미도 커진다. 단, 공부가 아닌 가볍게 읽는 수준으로 시작하자.

Q. “입학 전 학용품은 어떤 걸로 사야 하죠.”

A. 입학을 앞둔 아이와 학부모는 들뜨기 마련. 그런 마음이 학용품 구입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예비 소집일이나 학기 초에 담임교사가 정해주는 학용품 안내서를 보고 사면 쓸데없는 지출을 줄일 수 있다. 필요한 것만 사서 쓰는 것도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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