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권스, '나꼼수' 지지철회 삼국카페 살생부에 올려 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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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52) 전 민주당 의원의 인터넷 팬클럽에서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성명서를 낸 진보 성향 여성 인터넷 카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키니 응원’에서 촉발된 여성 비하 논란이 나꼼수 지지층을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

 7일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에는 “삼국카페는 나꼼수를 비판하기 앞서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라. 나꼼수의 정치 풍자를 비판한다면 차라리 이명박 대통령 편에 붙어라”라는 글이 올라왔다. 앞서 3개 여성 인터넷 카페 연합인 삼국카페는 6일 공동성명을 통해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마저 여성 인권에 무지하다는 현실은 유감”이라며 나꼼수 지지를 철회한 바 있다.

 이날 미권스 사이트에서는 삼국카페가 살생부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미권스의 한 회원은 삼국카페와 함께 진보 논객 진중권(49)씨와 나경원(48) 전 새누리당 의원, 나꼼수를 비난한 지식인들을 살생부에 올려 투표를 통해 순위를 매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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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모론도 등장했다. 한 회원은 미권스 사이트에 “ 여성 단체가 정치적 목적에 이용 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날 삼국카페 성명을 비중 있게 다룬 경향신문에 대해서는 “사옥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건물”이라며 “건물을 비우라는 압력 때문에 기사를 썼다”는 음모론을 내놨다. 반면 미권스 일부 회원은 삼국카페 공격에 대해 “또 다른 논란과 감정싸움만 낳을 뿐”이라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미권스 사이트에는 정봉주 전 의원이 한 회원에게 보낸 옥중편지가 올라왔다. 정 전 의원은 “‘나꼼수가 사과할 때까지 가만 있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가 계속 온다”며 “비키니 사건이 2평도 되지 않는 독방 생활에 악영향을 준다”고 했다. 그는 “이런 편지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보내면 어떡하라고요? 제가 감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합니까. 마치 모든 것을 지휘하듯이 영화에서처럼 멋지게 ‘원샷’으로 정리할 수 있나요?”라고 했다. 또 “하루에도 불안감과 안정감이 수십 번씩 오가는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며 “비키니 사건 책임지고 처리하라고 하면 제가 무슨 초능력자도 아니고 어쩜들 이렇게 배려심이 없나 섭섭할 때가 있다”고 썼다.

 이번 갈등을 계기로 나꼼수의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 조대엽(사회학) 교수는 “나꼼수는 지방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현장 정치를 강조해온 매체”라며 “유연성 높은 지지층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이합집산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케이블 방송사 tvN의 ‘백지연의 끝장토론’에서는 8일 ‘나꼼수 비키니 발언 논란’을 주제로 한 방송에 앞서 ‘비키니 시위 관련 발언에 대해 나는 꼼수다 멤버들이 사과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19세 이상 성인 700명 중 41.9%가 ‘사과해야 한다’, 34.2%가 ‘사과할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나꼼수 측의 사과를 요구했던 소설가 공지영(49)씨는 6일 트위터에 “나꼼수 잘못했다 말하면 안 됩니까? 그만들 하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삼국카페=‘쌍화차코코아’ ‘소울드레서’ ‘화장~발’ 등 3개 카페로 이뤄진 연합카페. 회원 수가 60만여 명에 달하는 대표적 진보 여성 단체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를 비롯해 4대 강 사업 반대집회 등에 참여해왔다.

◆미권스=정봉주 전 의원의 인터넷 팬클럽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2010년 만들어졌다. 정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형이 확정돼 수감되자 1인 시위, 교도소 단체 방문 등을 하고 있다. 회원 수는 19만여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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