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여중생 자살 책임, 교장 등 5명도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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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OUT 학교폭력 추방을 다짐하는 결의대회가 7일 서울 삼전동 배명중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학생들이 스스로 작성한 학교폭력 추방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결의대회를 마친 학생들은 송파구가 마련한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예방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김성룡 기자]

학교폭력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서울 목동 S중학교 안모(40) 교사를 불구속 입건한 서울 양천경찰서가 S중학교 교장을 포함한 교사 5명도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7일 “교사들이 직무유기 혐의가 있어 최근 이들을 불러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학교폭력 사례가 신고되면 자치회 회의 등을 열어 논의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지난달 “S중학교 김모양 투신자살 사건처럼 교사가 학교폭력을 명백히 방관한 사례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는 지침을 일선 경찰에 내려보냈다. 이에 양천경찰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김양의 담임교사인 안모(40)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 단체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공교롭게도 ‘교사 입건’ 보도가 학교폭력 종합대책이 발표된 날에 나왔고, 대책에도 교사의 역할을 많이 강조한 상황이라 교사들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나 교총 차원에서 사실관계에 대해 진상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손충모 대변인은 “현직 교사가 입건됐다는 것은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일정 부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이재열 형사과장도 “우리는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지원할 뿐 이번 사건이 교사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읽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경찰이 무리하게 입건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서울 수명중학교 김창학 교무부장은 “어떤 부분이 직무유기인지 일선 교사들에게 명확히 알려야 한다”며 “ 교사가 입건돼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숨진 김모양의 담임인 안모 교사는 "직무유기 혐의가 될 거라곤 상상 못했다. 억울하고 속상하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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