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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Shot] “내 먹이 못 줘” 쫓기는 하늘의 제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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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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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새들에게도 시련의 계절이다. 영하의 추위와 함께 먹이 구하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독수리의 겨울나기는 유독 험난하다.

흔히 독수리의 큰 몸집을 보고 ‘하늘의 제왕’이라 부르지만, 그건 독수리의 생태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독수리는 수리류 중 덩치가 가장 큰 대신 기동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독수리는 수리과의 다른 맹금류와 달리 사냥이 아닌 죽은 동물의 사체를 찾아 먹는다.

강원도 철원에는 번식지인 몽골에서 남하한 800여 마리의 독수리가 월동하고 있다.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추위가 아닌 먹이 부족이다.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 등의 질병에 예민해진 사람들이 전과 달리 독수리 먹이로 돼지 사체 등을 잘 주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강적인 흰꼬리수리가 출현해 더욱 골치 아프다. 주로 물고기를 낚아채 먹고살던 흰꼬리수리가 영하의 날씨로 강·호수가 얼어붙자 독수리 먹이를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삶을 위해 먹이다툼을 하는 냉엄한 자연의 현장이 한파로 얼어붙은 철원평야에서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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