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사 한국시장 대공세

중앙일보

입력

일본 소니사가 한국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 국내 전자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소니 코리아는 25일 오전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영상과 음향의 편집이 가능한 신개념 노트북 컴퓨터인 `바이오(VAIO)' 2개 기종을 오는 11월 한국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소니가 한국에 가전제품 외에 컴퓨터 제품의 판매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에 출시될 바이오 노트북은 초슬림형으로 한국어판 운용체계를 갖추게 되며 가격은 아직 미정이나 기존의 제품보다 고가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 본사 게이지 기무라 총괄부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존 노트북과는 차별되는 신개념 제품이기 때문에 한국 업체들과 경쟁한다기 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 나가는 것"이라며 "한국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시장의 반응에 따라 새로운 라인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혀 한국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급증으로 한국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소니코리아는 올해 들어 대대적인 신문.방송 광고와 함께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소니코리아는 지난 5월 평면TV, CD 플레이어, 디지털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가전 39개 제품을 출시한데 이어 DVD 플레이어, PC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소니코리아는 일본 본사의 직접적인 지원 아래 미국, 말레이시아, 중국 등 전세계에서 적절한 가격대의 제품을 조달, 현재 국내제품의 105% 수준까지 가격을 낮춘 것으로 평가된다.

디지털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PC 등을 판매하고 있어 국내업체중 소니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소니코리아는 이제 삼성의 디지털미디어 제품군을 모두 갖춘 것으로 여겨진다"며 "소니를 LG전자와 함께 삼성의 주된 경쟁업체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소니는 삼성전자가 가지지 못한 영화, 음악, 게임, 인터넷 등의 콘텐츠 사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전, PC, 게임기 등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콘텐츠가 나날이 중요해지는 디지털 시대에 이 모든 것을 갖춘 소니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소니의 제품군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면 LG전자는 소니의 유통망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LG전자 판매기획팀의 서국섭 과장은 "한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품보다도 유통망을 장악해야 한다"며 "최근 소니가 공세적으로 유통망을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소니코리아는 일본가전 대리점, 백화점, 할인점, 양판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활용, 지난해 5백여개의 유통망을 올해말에는 6백50여개로 늘리고 지난해 17개였던 AS 센터는 4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삼성, LG전자 대리점처럼 소니의 제품만을 다루는 전용 대리점을 경기 분당에 열어 본격적인 대리점 체제 구축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8년 1천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소니코리아는 수입선 다변화제도 폐지 이후 매출이 크게 늘어 지난해에는 2천400억원, 올해는 최소 4천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안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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